항산화 성분, 원두 커피보다 인스턴트 커피에 많다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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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우리가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각성 성분인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어 가능한 한 적게 마시는 게 나은 음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맛과 분위기 때문에 마시는 기호식품일 뿐 건강엔 별 도움이 안 되는 음료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19차 국제영양학회(ICN)에선 커피의 건강상 효능을 증명한 논문이 여러 편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하루 2~4잔 알츠하이머병 발생 27% 낮춰”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아스트리드 네리그 박사는 “커피가 노화로 인한 인지 능력 저하를 억제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한편으로 치매·파킨슨병 예방에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과 커피의 관계를 밝힌 연구논문은 5편뿐이다. 올해 핀란드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3~5잔 마시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64%나 감소한다. 나머지 논문 4편중 2편은 커피가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가 ‘있다’, 1편은 ‘없다’, 1편은 ‘오히려 발생 위험이 1.5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네리그 박사는 “이 네 편의 논문을 묶어 알기 쉽게 풀이하면 하루 2~4잔의 커피 음용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27% 낮춘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파킨슨병 발병률 낮춘다는 연구도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국가(하루 평균 11잔 이상)인 핀란드에서 흥미로운 연구가 이뤄졌다. 하루에 10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커피 매니어’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일반인의 26%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2000년 이후 커피와 파킨슨병의 관계를 연구한 5편의 논문에선 커피를 하루 1~5잔 이상 마시는 사람의 파킨슨병 발생률이 커피 비애호가의 39~55%에 그쳤다.

네리그 박사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커피의 카페인이 L-도파(파킨슨병 치료제)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두커피 마신 실험군 혈당 뚝”

일본 규슈의대 예방의학과 고노 수미노리 교수는 40~64세 건강한 남성 49명을 일반 원두 커피(카페인 함유) 음용 그룹, 디카페인 커피 음용 그룹, 커피 미음용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커피 음용 그룹엔 16주간 매일 5잔의 커피가 제공됐다. 16주 뒤 일반 원두 커피를 마신 그룹의 혈당(식후 2시간)이 현저히 낮아졌다. 그러나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그룹에선 뚜렷한 혈당 변화가 없었다.

고노 교수는 “커피가 2형 당뇨병 예방에 유용한 것은 카페인이 지방산의 산화를 촉진하거나, 클로로제닉산(커피에 함유된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이 장에서 당 흡수를 억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커피가 당뇨병 치료에도 유용한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커피 항산화 성분 비타민 C·E보다 강해”

커피에 함유된 수백 가지 화합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카페인과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은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의 일종이다.

미국 스크랜턴대 화학과 조 빈슨 교수는 “커피의 항산화 성분은 인스턴트 카페인 커피에 가장 많고 디카페인 원두 커피에 가장 적었다”며 “미국인은 항산화 성분의 40%를 커피·차 등 음료에서 얻는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커피의 항산화 성분은 비타민 C·E보다 오히려 강하다”고 덧붙였다.

학회에 참가한 동서식품 기술연구소 김관중 박사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커피의 단기 효과로 개인의 신진대사·생리적 상태(임신 등)·라이프스타일(약 복용·흡연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작용한다”며 “카페인은 피로를 덜어주고 업무 수행 능력을 높여 많은 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방콕=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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