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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넘어] 4. 문화혁명 본거지 상하이 자본의 중심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앞으로 여러분들은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 21세기에 중국 없이 세계경제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세계 각지에서 모인 경제거물들에게 호언장담한 말이다. 江주석은 지난 9월 27일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상하이(上海)푸둥(浦東)지구내 세계무역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세계 5백대 기업 최고경영자 포럼' 에 참석해 이같이 선언했다.

江주석이 세계적 기업가들을 상하이로 불러모은 것은 그곳이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견인차가 될 곳이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66년 문화혁명과정에서 4인방의 본거지로 홍위병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극좌파의 고향. 30년 전 중국식 사회주의 이상을 상징하던 곳이 이제 개방과 자본주의화의 중심으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신도시개념으로 개발중인 푸둥지구는 중국정부가 국가차원에서 벌이는 최대 프로젝트. 푸둥개발계획은 江주석이 상하이 공산당서기였던 88년 당시 시장이었던 주룽지(朱鎔基)총리와 함께 만들었다.

상하이의 구 시가 중심인 와이탄(外灘)에서 황푸(黃浦)강 너머로 바라보이는 푸둥은 마치 허드슨강 너머 맨해튼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동양에서 가장 높은 TV타워(동방명주)를 둘러싸고 하늘로 치솟고 있는 고층빌딩 숲은 20세기초 미국의 발전상을 재현하는 듯하다.

와이탄 맞은편은 푸동지구중에서도 금융.무역지구. 이곳에 신축되는 빌딩은 적어도 25층 이상이 돼야 한다.

이미 88층 진마오(金茂)빌딩이 완공됐고, 그보다 높은 95층짜리 세계금융센터도 공사중이다. 푸동을 가로지르는 스지다다오(世紀大道)는 폭1백m, 노변에는 숲과 공원이 조성된 중국판 샹젤리제 거리. 한창 마무리공사중인 이 길은 서울시만한 크기의 푸동지구를 가로질러 양쯔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진 푸동 신공항에 이른다.

이 공항은 지난 9월말 세계 경제거물들이 타고온 전용기들을 위해 일부 개방됐다. 그러나 江주석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당초 그는 건국기념일에 맞춰 신공항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지다다오를 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시아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외국자본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돼 당초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과 대우 등이 푸둥에 대형빌딩을 신축하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포철만 유일하게 예정된 투자를 계속해 '포스 플라자' 라는 이름의 34층 첨단빌딩을 완공했다.

한국지방정부 중국무역대표부 소장 남중희(南重熙)박사는 "푸둥개발은 중국이 경제특구라는 자본주의화의 실험을 마치고 본토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에서 전진기지로 마련한 것" 이라며 "상하이 출신인 江주석과 朱총리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기에 시간상의 지연은 있어도 큰 틀에는 변화없이 추진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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