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개척정신’을 강조했다. 장보고가 억울하게 반역자로 몰렸던 것과 자신이 심지어 ‘빨갱이’로까지 몰렸던 것에 대한 심정적 일체감도 있었다는 게 동교동계 출신 인사의 귀띔이다. 그는 장보고와 함께 광개토대왕도 고려했으나 중국 역사 문제가 걸림돌이 돼 포기했다고 한다. 자신의 고향 인물인 장보고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같은 생각을 했던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8년 관계 장관과 재계의 한 인사를 불러 장보고를 재조명하고 대국민 홍보를 할 것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장보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장보고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 하나로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다. 따라서 ‘상도’ 방식대로 하기로 했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소설로 나와 인기를 끈 뒤 방송 드라마로 제작돼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이렇게 해서 상도를 쓴 작가 최인호씨를 지원해 장보고 소설 『해신』이 먼저 탄생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을 만났던 재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의 뜻은 모 방송사에 전달돼 드라마 제작에 착수했으나 늦어지면서 정권이 바뀌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는 그 방송사 사장까지 친노 인사로 교체돼 장보고는 다시 관심 밖으로 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더 좋아해 이런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마저 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해신’ 드라마가 나왔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태동시킨 김 전 대통령은 장보고의 이미지를 왜곡시켰다며 불편해했다고 한다. 드라마 특성상 장보고의 개척정신보다 남녀 간 사랑 내용이 더 컸던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때 장보고 띄우기를 했다. 2007년 대선 때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장보고를 앞세웠다.
이렇게 대통령들의 생각에 따라서도 부침하는 ‘장보고의 기구한 운명’은 계속되고 있다.
김시래 산업경제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