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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북자 모두 받아들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 대응자세를 밝혔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은 지난 16일 통일부 국감에서 '정부는 제3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 중 한국행을 희망하는 사람은 모두 받아들일 방침' 임을 천명했다.

지금까지 탈북자 문제에 대해 미온적 자세를 보였던 정부가 적극적 대응으로 나온 데 대해선 우리도 환영한다.

그러나 이 방침의 실현성 문제와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현실인식 또는 접근방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자 전원 수용' 방침의 중요 근거가 한국행 희망 숫자가 '수백명'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 숫자는 짐작컨대 베이징 한국대사관에 신청서를 낸 탈북자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신분노출을 두려워해 신청서를 내려야 낼 수 없는 탈북자가 수없이 많고 대사관 접근 자체가 어려워 포기하는 숫자 또한 그보다 몇십배 많다는 게 관련단체들의 조사결과다.

더구나 중국 동북 3성(省)에 산재한 탈북자 숫자가 20만~30만명에 이른다는 관련단체들의 보고서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물론 우리 정부가 탈북자들을 선별수용하겠다고 밝힌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숫자가 많으리라 보고 이들을 받아들일 경우 중국 또는 제3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심각하고 탈북자 수용시설 또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유엔을 통한 '조용한 외교' 로 드러내지 않고 이 문제를 처리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탈북자 대책이었다.

여기에 탈북자들을 전면수용할 경우 남북간 긴장관계를 조성할 우려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모든 양해와 전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이제는 전면수용을 표방한 것인가.

우리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측의 탈북자 수용에 대해선 여러 경로를 통해 강경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권침해 사항이라는 한 외교관의 발언도 있었다.

또 이미 탈북해 한국땅을 밟은 사람들도 수용시설에 대한 불만과 현지적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수용태세가 미흡하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도 전원 수용하겠다고 말한다면 이는 국감자리의 면피성 발언이나 동포의 인권을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여론에 대한 정치적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로 탈북자 인권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을 우리가 따뜻한 마음과 정성으로 맞아들이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우선 중국과의 외교적 채널을 통해 탈북자들의 숫자와 참상을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 지금껏 우리 정부가 나서서 탈북자 실태를 조사한 전례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정부와 관련단체간의 공조로 전반적 실태를 파악한 다음 단순 월경자(越境者)와 탈북자를 구분해야 한다.

이런 구체적 노력과 자료가 있어야 대응책이 나올 것이고 이 자료에 기초해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이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의 협조를 통해 탈북자 수용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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