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과 맞바꾼 인간의 신념…'사계절의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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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사계절의 사나이(EBS 밤 10시 35분).

'지상에서 영원으로' (53년작)에 이어 프레드 진네만 감독에게 두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 기록영화의 거장 플래어티의 조수로 영화계에 입문한 이력답게 진네만 감독 특유의 사실주의적 접근과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인물묘사가 돋보인다.

이 영화는 영국의 대법관이며 철학자였던 토머스 모어 경의 타협하지 않는 삶을 다루고 있다.

헨리 8세의 신임을 받던 모어 경은 자신의 신앙심과 도덕적 신념으로 왕의 이혼에 반대한다.

또 국왕이 영국 교회의 수장이 되려는 움직임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그는 모함을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특히 웨일스 법정에서 "인간이 영혼을 잃으면 이 세상에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라고 한 마지막 말은 인간의 신념과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로마 교황청의 지배를 받던 영국 교회가 어떻게 독립하게 되는지 세계사적 측면에서 영화를 지켜봐도 흥미롭다.

하지만 종교 영화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종교적인 색채보다 오히려 자신의 안락과 신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한 인간의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토마스 모어 경을 맡은 폴 스코필드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 주인공의 열정과 고뇌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헨리 8세를 맡은 로버트 쇼와 배우로 등장하는 '시민 케인' 의 오슨 웰스 감독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66년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감독.남우주연.여우주연.각색상 등 6개 부문 수상작. 66년작. A Man for All Seasons.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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