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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도 부는 국제화 바람] "한국 고추장 맛 보고 일본도 알려서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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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가고시마현에서 온 일본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순창 복흥초등학교에서 한국 친구들과 함께 음악수업을 받고 있다.

26일 전북 순창군 복흥초등학교에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일본 가고시마현의 4~6학년 초등생 20여명이 순창읍에서 버스로 50여분이나 걸리는 두메 산골의 학교를 방문한 것이다. 이 학교는 한 학년에 1개 학급뿐이어서 전교생이 97명에 불과하다.

일본 어린이들은 낯선 한국의 시골 학교 모습에 어리둥절했으나 반을 배정받고는 금방 한국 친구들과 친해졌다. 음악시간에는 사물 놀이를 배우면서 어깨를 들썩거렸고, 체육시간에는 제기차기.씨름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구와하다 쇼타로(12)군은 "매운 한국음식을 먹은 것과 빠른 장구리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친구를 우리 집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학생들은 하루씩 학교를 바꿔가며 4박5일 동안 순창에 머무르면서 순회수업을 한다.

'고추장의 고장' 순창군 어린이들이 '교환 홈스테이'로 일본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순창군은 주민의 90% 이상이 농사를 짓고, 서울까지 자동차로 네 시간 이상 걸려 어린이들은 수학여행 때나 겨우 서울을 구경할 정도다.

이 같은 사정을 딱하게 여긴 '순창군국제화연구회(회장 임재호)'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외국물'을 먹이기 위해 1999년부터 순창군 학생과 가고시마현 학생의 교환방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왕복 항공료(30만~40만원)만 내면 일본을 다녀올 수 있다. 그나마 절반은 순창군에서 지원해 줘 학부모 입장에서는 20만원 안팎만 부담하면 된다.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을 다녀온 순창군 내 학생은 280여명. 올해도 40여명의 학생이 11월 가고시마행 비행기를 탄다.

지난해 일본을 다녀온 김다빈(12.쌍치초등 6년)양은 "일본은 동네가 깨끗하고 두세명만 있어도 줄을 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일본을 반드시 따라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순창군 유등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순창군 국제화연구회 회장 임재호씨가 가고시마에 1년 동안 연수를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다. 공무원.교사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회는 주민들에게 영어.일어.중국어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강인형 순창군수는 "일본과의 국제 교류를 학생뿐 아니라 농업분야로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순창=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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