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니신화' 아키오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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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쿄〓남윤호 특파원]일본의 전후 경제부흥의 상징적 인물이자 세계적인 소니왕국을 건설한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78)소니 명예회장이 3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모리타는 1946년 도쿄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고(故)이부카 마사루(井深大)와 함께 소니의 전신인 도쿄통신공업사를 설립, 세계적인 가전.음향.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키워낸 인물. 오사카(大阪)대 이학부를 졸업한 그는 "기술로 일본 부흥에 이바지한다" 며 테이프 레코더(50년).소형 트랜지스터 라디오(54년).워크맨(79년) 등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개발해냈다.

소니의 재정과 영업을 총괄하며 71년 사장, 76년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는 과감한 시장창출론을 내세우며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 공격적인 세계시장 개척을 최일선에서 지휘했다.

그러나 80년대 초에는 VTR의 규격싸움에서 베타방식을 고집하다 마쓰시타의 VHS에 패배하는 뼈아픈 경험을 당하기도 했다.

그의 독특한 경영철학은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학력무용론' 이라는 책을 통해 "이력서를 불태워라. 실력으로 말하라" 며 능력우선주의를 주장, 일본 사회의 학력(學歷)우선주의를 통렬히 비판했다.

탁월한 국제감각과 선견지명으로 미 3대 방송사의 하나인 CBS와 제휴, 음악분야에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미국의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하다 "미국의 혼마저 사들이나" 라는 비난을 받자 그는 "팔아넘긴 쪽도 문제" 라고 반박했다.

지금의 도쿄도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와 함께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을 저술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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