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연일 최고라는데 내가 금은방에 팔러가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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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에 박씨처럼 금을 팔러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금은방이 제시하는 가격이 생각보다 낮아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율 변동으로 국제 금 시세의 오름폭이 국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 데다, 귀금속상이 소비자에게 금을 팔 때 적용하는 ‘소매가’와 소비자로부터 금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매입가’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체감’ 금값과 실제 금값 큰 차이=13일 귀금속 업계에 따르면 ‘한 돈에 ○만원’ 식으로 소개되는 국내 금 가격은 금 소매가다. 소매가는 국제시세에 부가가치세와 유통 마진 등이 더해져 정해진다. 이 소매가를 집에 있는 금반지 등을 팔아서 받을 수 있는 가격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금을 팔 때는 이보다 낮은 ‘매입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매입가는 지역별·업체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소매가에 비해 한 돈(3.75g)당 3만원 정도 낮다. 금을 샀을 때보다 3만원 이상 가격이 올라야 금을 팔 때 본전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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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매 업체인 ‘골드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 15일 순금 한 돈의 도매가(보통 소매가의 90% 수준)는 14만6850원이었다. 이달 12일 현재 도매가는 16만2800원까지 올랐지만 매입가는 14만5000원으로 1월 15일의 도매가에도 못 미치고 있다. 더욱이 일반 가정에서 흔히 갖고 있는 금반지·팔찌 등은 순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을 쳐주고 있다.

또 달러 대비 원화가치의 변동으로 국제시세가 우리나라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금 12월물 가격은 온스당 1057.50달러로 한 달 전에 비해 5%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날 국내 순금 도매가는 외려 한 달 전(돈당 16만3900원)보다 떨어졌다. 원화가치가 그간 달러에 대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골드닷컴 관계자는 “국제 금값이 오르더라도 원화가치가 오르면 국내 금값은 떨어질 수 있다”며 “올 들어 원화가치의 변동폭이 크다 보니 국제시세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격 구조는 신한은행 등에서 매매가 가능한 ‘골드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흔히 금괴로도 알려진 골드바는 순도가 99.99% 이상이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골드바를 실물 거래할 때는 다른 금 상품과 마찬가지로 부가가치세를 물어야 하며, 수수료도 부과된다”며 “투자 목적으로 사기보다는 증여·상속에 따른 세금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금 투자는 금융상품으로=이처럼 부담스러운 실물 거래를 하지 않아도 금 가격 상승 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금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계좌를 통해 금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고객이 통장에 돈을 넣으면 은행은 국제시세에 맞춰 금을 사서 통장에 적립해준다. 실물이 오고 가진 않지만 금에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부가가치세 부담도 없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통장’, 기업은행의 ‘윈클래스 골드뱅킹’ 등이 있다.

금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 등이다. 다만 금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외에 금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류경식 마케팅본부장은 “금 투자는 일반 주식 투자에 비해 변동성이 크고, 환율 변동의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대체투자 개념으로 장기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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