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145호 대회의실에 입장하는 자민련 의원들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합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소집됐기 때문이다.
5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엔 55명 의원 중 50명이 참석했고 18명이 발언에 나서 격론을 벌였다.
◇ 합당〓이태섭(수원 장안).한영수(전국구)부총재만이 합당에 찬성했고, 나머지는 모두 반대했다.
李부총재는 "합당한 뒤 김종필 총리가 총재를 맡아 공천권을 행사해 16대 선거를 지휘하고, 경쟁력 있는 여당을 만드는 것이 뭐가 나쁘냐" 고 주장했다.
韓부총재도 "국회 여건상 중선거구제 채택이 어려운 만큼 이제 합당해 강력한 여당을 출범시켜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자 영남권 출신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차수명(울산 남갑).김동주(부산 해운대-기장을).박구일(대구 수성을).강종희(전국구)의원 등은 "합당해도 안따라갈 사람이 더 많다" "오늘 합당 반대를 당론으로 결의하자" "양金이 있는 한 지역감정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 흥분했다.
충청권 출신 의원들은 오히려 차분한 편이었다. 이인구(대전 대덕)부총재는 "합당 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겠으나 절차를 밟지 않고 합당을 주장한 사람은 취소해야 한다" 고 했으며, 조영재(대전 유성)의원은 "피와 땀을 흘려 만든 정당을 깨고서 합당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라고 비판했다.
◇ 선거구제〓영남권 의원들은 중선거구제를, 충청권 의원들은 소선거구제를 각각 고집했다. 이런 가운데 지대섭(전국구)의원은 "(지역갈등을 조장하는)소선거구제를 고집하는 것은 민족에 죄를 짓는 행위" 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태준(포항 북)총재는 "합당 얘기는 두 분만 했을 뿐" 이라며 '합당 불가론' 쪽으로 논의를 정리했다.
선거구제에 대해선 "국가적 목적과 당세 확장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며 중선거구제 선호 입장을 드러냈다.
전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