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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살아있다] 14. 이사람이 돈버는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국적인 상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시대입니다. " 서울 사당동 가구거리에 있는 ㈜홍송가구의 김진구 (金鎭九.41) 사장. 金사장은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건조 (乾燥) 기술을 응용해 전통가구를 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선조들이 무려 18년간 바닷물에 나무를 담가 뒀다가 건져내 말림으로써 수분과 송진을 빼는 방법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건조 기술을 개발했다.

2백℃가 넘는 뜨거운 열기를 이용하는 '열 프레스 공법' 으로 최단 시간 내에 나무를 말릴 수 있다.

金사장의 이력은 가구와는 다소 동떨어져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졸업 후 신세계 백화점의 가정용품 바이어로 6년간 일하다 지난 90년 가구점을 열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평소 미술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고 말했다. 바이어로 일하면서 가구에 대한 안목과 미술에 대한 식견을 키워 판매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것이다.

金사장은 요즘도 가구 디자인을 위한 밑그림을 손수 그린다. 그는 항시 가구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한옥 건축기법에서 힌트를 얻어 '한식 짜맞춤 공법' 을 개발했다.

가구에 못을 사용하지 않고 홈을 만들어 짜 맞추는 제작 기법이다. 나무가 쇠를 만나면 산화돼서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달 평균 2억5천만원의 매출로 얻는 수익금 전액을 기술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자신도 매달 3백50만원씩 월급을 받는 '사장 직원' 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백화점에서 익힌 광고.마케팅 기법도 장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97년에는 가구 할인 판매 광고를 내면서 '백년에 한번' 이라는 문구를 넣어 하루 매출이 4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도 단지 15개만을 만들어 팔아 소비자들이 '귀한 물건' 이란 이미지를 갖도록 한 것도 시장에서 주효했다.

"5천년 역사 속에 뿌리 내린 한국의 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구박물관을 건립하는 게 제 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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