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록에 힙합…그룹 '림프 비즈킷'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이 비즈킷이란 친구는 (무대에) 나타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우리말의 토씨처럼 말마다 욕을 삽입했다.

'잘 있었나 이 X놈들아' 하는 식이었다. 그는 (청중에게) 이 담장밖의 모든 '금지' 와 '부자유' 를 무시하라고 외쳤다. 그는 랩을 하다 중간에 '자 뛸 준비가 됐나' 고 묻고 관중과 일제히 뛰며 노래했다. 매스컴에선 그가 얌전한 관중을 폭도로 변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

지난달 열린 세기의 록공연 '우드스톡 99' 에 참가한 백인 하드코어 그룹 림프 비즈킷의 무대를 참관한 이태호씨 (화가) 의 에세이 (월간중앙9월호) 한 부분. 이씨의 묘사처럼 이들의 거친 선율과 랩은 미국 젊은이들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만들고 있으며 나아가 한국 젊은이들도 열광케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내출시된 이들의 2집 '시그니피컨트 어더' 는 현재 2만장 넘게 팔려나갔다.

림프 비즈킷의 음악은 록과 랩을 합친 것이라해서 '로큰랩' 으로 불린다. 5인조인 이 밴드는 두대의 기타, 한대의 드럼까지는 일반 록밴드와 같다.

그러나 디스크자키 레설과 랩 전문 보컬 프레드 더스트의 존재는 이 밴드가 백인의 록과 흑인의 힙합을 섞은 투톤 (두가지 색) 밴드임을 보여준다.

'누키' 등 15곡이 수록된 이들의 음반에는 록의 비트와 힙합의 흥 (그루브) 을 교묘하게 오가는 카멜레온적 매력이 그득하다.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빠르고 공격적인 샘플링 (소리다발) 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가사는 한층 흥미진진하다. 타이틀곡 제목 ( '누키' ) 부터 여성의 생식기를 표현하는 은어다. 노래 대부분이 기성사회를 욕하는 내용이고 난삽한 욕설과 외설적 표현이 다반사다.

'구입시 부모와의 상의를 요함' 딱지 (미국) 와 '연소자 이용불가' 딱지 (한국) 를 각각 받은 이들의 음반을 방송에서 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데도 이들은 양국에서 드높은 인기를 얻고있다.

게다가 이들은 올여름 팝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예상됐던 키즈팝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 까지 따라잡고 차트 정상을 양분했다. 사양길에 접어든 록 장르에서 출발한 이들이 의외로 인기를 얻는 것은 힙합이라는 인기장르를 솜씨있게 섞어 '하드코어' 란 신선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

역시 힙합이 대세인 국내에서도 록가수들이 랩적 요소를 혼합해 '하드코어' 음악을 속속 내놓고있다. 신해철이 빠진 록밴드 넥스트 멤버들은 래퍼 김진표를 영입해 '노바소닉' 을 출범, 지난 주말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힙포켓.정키등 9월중 데뷔음반을 낼 신예 로커들도 모두 록과 랩을 혼합한 음악을 내걸고 있다.

한 팝 관계자는 "하드코어는 지금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이다.

이 장르가 지닌 거친 스타일과 메시지는 테크노의 기계적 파열음과 함께 기성세대에 대한 직격탄을 담고있다" 고 말한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