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안보발언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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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한 분단후 최초의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치른 조성태 (趙成台) 국방장관이 중국 국방대학 강연에서 주한미군의 장래에 대해 한 발언은 부적절할 뿐더러 기존 정부 입장과도 상치된다.

국방부측은 "중국측 사정을 배려해 답변하다보니 본뜻과 달리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 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안보문제와 관련해 비슷한 혼선 (混線) 이 한두번 빚어진 게 아니어서 더 걱정이다.

자칫하면 중국측에 우리 정부 입장이 잘못 전달돼 역사적인 국방장관 회담의 의의에 흠을 낼 수도 있는 사안이다.

趙장관은 지난 25일 문제의 강연에서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주둔 문제는 중국을 포함해 동북아 국가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만장일치로 결정할 문제" 라고 말했다.

미군주둔은 한.미간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고 더구나 통일 후에도 주둔한다는 것이 정부 공식입장인데도 한반도 주변국들이 얼굴을 맞대고, 그것도 '만장일치' 로 결정하자는 발언은 방문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수사 (修辭) 차원을 넘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지난 4월에도 지위변경 문제와 북한의 태도변화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외교부간에 발언이 엇갈려 한차례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주한미군 지위변경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경우 남북한 군병력 재배치.감축 문제와 함께 논의할 수 있다' 고 교통정리를 했지만 걸러지지 않은 정세판단이나 전망들이 고위당국자의 입에서 두서없이 나오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덜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달 한.미 국방장관회담 때 북한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 대응' 을 할 것이라는 발표를 놓고도 관련 부처들이 혼선을 빚은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서해교전 사태 직후에는 북방한계선 (NLL)에 대해 같은 날 한 장관은 "북한과 협상 용의 있다" 고 하고, 다른 장관은 "사수 (死守) 하겠다" 고 다짐할 정도였으니 안보문제를 놓고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요란해도 너무 정도가 심하다.

서로 다른 발언들이 일정한 국가전략과 부처성격에 기초한 강.온면의 역할분담 결과라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최근에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7월분 관광 달러 송금문제를 놓고 하루만에 다른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안보문제만큼은 내부에서 충분한 조율을 거친 정제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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