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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엘링턴 탄생100주년기념 페데르센.밀러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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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올해는 전설적인 재즈뮤지션 듀크 엘링턴 (1899~1974) 의 탄생 1백주년. 그러나 침체한 국내 재즈계에선 이를 기념하는 그럴 듯한 공연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

28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듀크 엘링턴 듀오 콘서트' 그 아쉬움을 달래줄 유일한 무대로 기대되고 있다.

'거장' 칭호가 걸맞는 세계적인 재즈베이스 주자 닐스 헤닝 외스테드 페데르센 (재즈계에선 보통 NHOP라고 부른다) 과 미국 재즈 피아노계를 주도하고 있는 멀그류 밀러가 합주하는 이 공연은 엘링턴의 거대한 무게를 감당해낼 수 있는 수준급 무대로 두사람은 국내 공연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 공연을 "올 한해 국내에서 펼쳐지는 재즈공연중 최상급" 으로 표현한다.

올해 53세인 페데르센은 미국이 아닌 덴마크 출신으로 흥보다는 냉정한 연주를 선호하는 유로피언 베이스의 달인이다.

보통 베이스는 운지 (손짚기) 를 세 손가락으로 하지만 그는 네손가락으로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을 구사한다.

마치 기타를 뜯듯 유연하고 매혹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그는 재즈베이스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해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고난도의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전체적인 톤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그는 젊은 시절 엘링턴과 '블랜턴 듀엣' 이란 음반을 녹음하며 그 때까지 반주악기에 불과하던 베이스를 독주악기로 끌어올렸다.

페데르센의 또 한가지 특징은 특정한 자기 스타일을 고집함 없이 프리뮤직까지 재즈의 온갖 장르를 드나든다는 점이다.

무슨 장르건 튀지 않고 소화해내는 연주는 화려한 스타성은 없지만 그가 왜 대가로 불리는지 설명해준다.

올해 44세인 멀그류 밀러는 넓게 울리는 무게있는 연주와 균형이 잡힌 애들립 (즉흥연주) 으로 재즈 피아노계를 이끈다.

힘있고 실수가 없는 연주, 솔로에서 절제하는 스타일 때문에 오케스트라나 빅밴드 속에서 더욱 진가를 드러낸다.

이 때문에 많은 뮤지션들이 합주를 원하는 피아니스트 '0순위' 로 꼽는다.

그는 '버드 파웰 - 칙 코리아 - 허비 행콕' 으로 이어지는 재즈 피아노 명인들의 스타일을 계승하며 정통의 선두에 서 있다.

이번 공연에서 둘은 엘링턴의 대표곡인 'C 잼 블루스' '닳고닳은 여인' (Sophisticated Lady) '문 인디고' (Moon Indigo) '고독' (Solitude)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곡으로 'O.D블루스' (페데르센) , '블루스 인 더 PM' (밀러) 등도 선사한다.

재즈레이블 '아프로 시앤시' 의 이영주 실장은 "아무래도 듀크 엘링턴하면 '빅밴드' 스타일의 스윙 음악이 대표적이라 단 둘만으로 어떻게 그 무게를 재현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둘의 역량은 빅밴드급이라 전혀 문제가 없을 것" 이라며 기대를 표시했다.

02 - 599 - 5743.

◇ 듀크 엘링턴은…

'재즈의 왕' 듀크 엘링턴은 재즈의 황금시대였던 30년대 스윙 재즈로 대중을 즐겁게한 인물. 흔들어댄다는 뜻의 스윙 (Swing) 은 목관.금관악기와 피아노.기타.베이스.기타.드럼 등으로 짜여진 빅밴드 음악으로 재즈 특유의 흥을 구현한 고전적 장르다.

엘링턴은 스윙밴드에서 피아노를 치며 듣는 이의 가슴에 리듬감이 진동하는 스윙의 극치를 선사했다.

그는 연주에 머물지 않고 많은 명곡을 창작, 재즈를 클래식 수준으로 끌어올린 최초의 작곡가 이기도 하다.

엘링턴과 그의 밴드는 재즈클럽을 벗어나 카네기홀은 물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까지 진출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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