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무력 '맞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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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 = 진세근 특파원]대만해협의 파고 (波高)가 더욱 높아졌다.

리덩후이 (李登輝) 대만총통이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을 제기한 이래 양안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11일 예비군 동원령까지 내렸고 대만은 군사경계령을 발동했다.

대만해협 상공을 가르는 양국 전투기들의 숫자도 부쩍 늘어났다.

중재노력을 펴던 미국은 중국측을 향해 경거망동을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정면충돌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로 대결강도가 계속 높아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 중국 = 인민해방군은 대만과 마주보는 푸젠 (福建).광둥 (廣東).저장 (浙江) 성 일대를 관할하는 푸젠군구와 난징 (南京) 군구를 대상으로 주변지역의 예비군을 동원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에 따라 푸젠군구 소속 수천명의 예비군이 즉시 소집됐으며, 곧바로 훈련에 투입됐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인민해방군 관계자를 인용, "난징군구에서도 곧 50만명 규모의 예비군이 소집될 예정" 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예비군 소집은 대만에 대한 대규모 군사행동이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다는 증거" 라 말하고 "예비군들은 유사시 후방방어는 물론 치안까지 담당하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언론들은 중국 정치국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40만명의 대만군에 대한 절대우위를 확보한 뒤 공격을 개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 보도하고 "인민해방군은 2백50만 전력 중 과반수를 대만해방전투에 투입할 예정" 이라고 전했다.

◇ 대만 = 대만은 미국의 친 (親) 대만파 의원들을 동원해 양국론을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진먼다오 (金門島) 등 국경지역에 대한 군사경계령을 발동했다.

또 양안지역에 출몰하는 중국의 군함과 전투기에 맞서 일일이 대응 출격하고 있다.

李총통의 최측근인 류타이잉 (劉泰英) 국민당 투자관리위 주임은 지난달 말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톈궁 (天弓) 2호 미사일을 군함에 싣고가 상하이 (上海) 나 홍콩 등 중국의 경제중심지를 향해 발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이와 함께 미.일 방위지침이 확실히 발동될 수 있도록 대일.대미 외교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이 최근 들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분야는 홍콩언론들이 중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나 소문을 보도할 때마다 대만의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는 현상이다.

대만은 홍콩언론들의 '근거없는' 보도를 중국 정부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몰아치고 있다.

◇ 미국 =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은 그동안 양안관계의 진정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 태평양함대사령부 제7함대 소속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키팅 사령관은 11일 경거망동을 삼갈 것을 중국에 정식으로 경고했으며, 미 항공모함 지휘관도 유사시 미군이 직접 개입할 것임을 밝혔다.

양국론으로 양안간 대치국면이 빚어진 이래 미군 관계자가 양안간 분쟁에 직접 개입할 것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국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키티호크 함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키팅 사령관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고 비난한 뒤 "만일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도발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미군을 만나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남중국해를 항해 중인 미 항공모함 컨스털레이션의 라프지 전략사령관도 "만일 중국이 96년과 같은 해상도발에 나선다면 미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에 즉시 출동해 '임무' 를 수행할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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