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구 민원도우미 양경순씨 복지시설·박물관도 자원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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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동남구청 민원안내 도우미 양경순씨가 민원실을 찾은 시민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2시30분 천안시 동남구청 1층 민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닥에 ‘SMILE(스마일)’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 한 여성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 여성은 동남구청 민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민원안내 도우미’ 양경순(48·여)씨. 매주 월요일 민원실에서 각종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을 안내하는 게 양씨의 역할이다. 4월부터 시작해 6개월 가량 지났다. 양씨는 자주 방문하는 민원인들과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했다. 양씨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힘들기는 하지만 새로운 업무를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은 봉사의 삶=양씨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동남구청 민원실이 아니다. 천안으로 이사를 오기 전 살았던 경기도 고양시에서 자원봉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10년 전쯤이다. 현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초등학교 시절이던 98년쯤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공부도 가르치고 밥도 지어 먹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가서는 대화도 나누고 가족처럼 지냈다. 어린 아이들에겐 목욕도 시켜주며 엄마 역할도 대신해줬다. 하지만 당시엔 두 딸이 어려 시간을 내기가 빠듯했고 그게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4년 전 남편의 직장을 따라 천안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왔지만 양씨의 자원봉사에 대한 열의는 식지 않았다. 다행히도 큰 딸이 대학에 들어가고 작은 녀석도 고등학생이라서 시간 내기가 예전보다 나아졌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천안자원봉사센터’에 등록을 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봉사현장에 나갔다. 천안으로 이사를 오고 나선 한 달이면 10~15일 가량은 자원봉사를 한다.

지난해엔 처음 문을 연 천안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동남구청 민원실 근무가 가능했던 것도 천안박물관 자원봉사 날짜와 겹치지 않아서 였다.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에 정기 휴관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2009 천안웰빙식품엑스포 때는 조직위원장(성무용 천안시장) 집무실에서 열흘간 근무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오랜 경험을 한 사람이 필요하니 맡아달라”고 해 선뜻 허락했다고 한다.

양씨의 가족들은 “전에 살던 곳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젠 편하게 지내라”고 말리기도 했지만 양씨는 매일 봉사현장에 나간다. 월요일이면 동남구청 민원실, 시간이 날 때마다 천안박물관에 나간다. 양씨는 “아직 나이가 40대라서 오래 서 있거나 많은 시간을 일해도 피곤이 덜하다”며 “그렇지만 나이가 더 들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느 곳이나 찾아가 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우미 역할 ‘톡톡’=동남구는 4월부터 천안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주부 3명을 추천 받아 매주 3회 민원안내 도우미를 운영 중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민원실에 배치돼 하루 100여 건 가량의 민원처리를 돕고 있다. 이들은 업무는 다양하다. 주민등록업무부터 호적·지적·부동산 등의 민원에 대해 신청서 작성과 담당창구 안내, 민원처리 등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 등 민원업무 보기가 어려운 시민들에게는 도우미의 역할이 적지 않다.

동남구 민원과 박상주 팀장은 “민원안내 도우미를 배치하고 나서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도우미들이 책임감도 강하고 업무에 대한 이해도 깊어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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