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조정희씨 수해입고도 자원봉사 활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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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디 이게 남의 일인가요. 모른 척 한다면 천벌을 받아야죠. "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리 조정희 (曺丁姬.73) 할머니는 지난달 31일 새벽 24평짜리 집이 물에 잠겼다.

이 때 曺할머니는 황토물에 휩쓸려 집안으로 들어온 가스통에 허리를 부딪히면서 그만 정신마저 잃었다.

쓰러진 曺할머니는 막내아들 정한채 (鄭漢采.39) 씨 등에 업혀 이재민대피소인 문산초등학교로 옮겨졌다.

가족들의 간호 끝에 3시간만에 겨우 정신을 차린 할머니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소 해오던 대로 자원봉사에 나섰다.

백발의 曺할머니는 10년째 대한적십자사 파주부녀봉사회원으로 활약해 왔다.

그래서 이 지역 자원봉사자 가운데 최고령이어서 '왕언니' 로 통한다.

이번에 曺할머니가 맡은 일은 파.무.배추 다듬기와 배식.설거지 등 대피소에서의 급식활동이었다.

저녁 때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화장실 청소마저 마다하지 않은 탓에 젊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애정어린 원성 (?) 을 듣기도 했다.

최민우.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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