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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차별금지법 시행 한달…사소한 것들도 고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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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법 제정 당시부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남녀차별금지법이 지난 1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법 시행 후 대통령직속여성특별위원회의 남녀차별신고센터에는 전화.편지 등을 통해 상담.고발이 끊이지 않고 접수되고 있다.

'유방암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성생활에 문제가 있어 그렇다며 추행을 했다' 는 심각한 사례부터 '강릉.삼척의 남근 (男根) 공원을 없애달라' 는 전통문화와 관련된 것까지 내용이 다양했다.

지난달 29일까지 접수된 것은 모두 1백15건. 여성특위는 이중 18건을 처리하고 13건은 검토.조사 중이다. 나머지 사건은 7월 1일 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남녀차별금지법을 적용해 처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여성특위 차별개선조정관실 조성은 (趙晟恩) 과장은 "과거에는 신고할 생각조차 못했던 문제도 많이 접수된다" 며 "이제 사소한 여성 비하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고 말했다.

실제 전남의 모 군청에서 운영하는 복지회관에서는 '여자들이 아침 일찍 나다니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싫어한다' 는 이유로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여성의 수영장 출입을 막았다가 여성특위가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서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기관.학교 등이 성차별교육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남녀차별금지법은 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학교의 성희롱도 금지토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 먼저 행정자치부는 공무원 대상 성희롱교육 지침을 마련 중이다.

'여성 민원인에게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부를 것' 등 공무원 업무와 관련해 지켜야할 지침을 담았다. 행정자치부는 이를 각 부처에 보내 성희롱 교육 때 참고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선 학교의 경우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성희롱 한단 말이냐' 며 일부 교사들이 반발하기도 했었지만 2학기부터는 대부분 학교가 본격적으로 교육에 나설 계획.

교육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실 구윤우 (具潤佑) 연구원은 "거부반응이 진정되고 지금은 교육이나 상주 고충처리상담원을 두는데 따르는 예산을 걱정하고 있다" 고 말한다.

공공기관.학교에서의 성희롱 내용도 담고 있는 성희롱예방교육 비디오 테이프 '성희롱 없는 세상만들기' 는 최근 주문이 크게 늘었다. 시청.우체국.보건소.경찰서.학교 등에 1천5백 세트가 팔려 나갔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도 출장 성희롱 강의 요청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이미 20여 기업이 교육을 마친데 이어 현대백화점 3천명 전직원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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