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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긴급현안질문…되풀이 수해질책 모처럼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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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은 "오늘은 무엇보다 수해복구가 제일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한다" 며 '정쟁 (政爭) 자제' 를 당부했다.

긴급 현안 질문에 나선 15명의 여야 의원 절반 정도인 7~8명만 여기에 따랐다.

나머지는 세풍 (稅風).내각제 유보.신당 논쟁을 놓고 논박과 맞고함을 거르지 않아 물에 잠긴 민심을 무색하게 했다.

◇ 수해 대책 = 한나라당 하순봉 (河舜鳳).김문수 (金文洙) 의원은 "똑같은 시기.장소.피해에 대해 당국자들은 똑같은 대책을 되풀이하며 실상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측도 수해의 '반복성' 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회의 천정배 (千正培).자민련 김고성 (金高盛) 의원은 "반복되는 재해는 중앙.지방정부의 대책이 미흡했음을 방증하는 것" "정부의 어떤 변명으로도 이재민을 위로할 수 없다" 고 동의했다.

이번 사태를 '인재 (人災)' 로 규정한 야당측은 특히 대통령.총리 등 여권 지도부의 '수해책임론' 에 초점을 맞췄다.

김문수 의원은 "수해복구에는 대통령과 총리의 강력한 현장지휘가 꼭 필요하다" "총리는 내각제 갈등 봉합을 위한 오찬간담회에 바쁜 상황" "수해피해가 극심한 경기도지사는 감옥에서 결재 중" 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여당측은 정책대안으로 맞섰다.

국민회의 김충조 (金忠兆) 의원은 "경기북부 지역의 상습수해를 막기 위해서는 남북 합작사업으로 임진강 댐을 건설해야 한다" 고 제안.

국민회의 장성원 (張誠源).김충조 의원 등은 "재해발생 후 복구에 나서는 후진국형에서 벗어나 엘니뇨 등 극심한 기후변화에도 끄덕없는 항구적 수해방지시설 건설에 착수하라" 고 거듭 요구했다.

◇ 내각제 유보 = 여야 3당은 내각제 문제에 대해 뒤바뀐 입장을 그대로 노출했다.

야당 의원들은 내각제 유보를 "공약 파기" 라며 맹공격했지만 국민회의는 외면했고, 자민련은 소속 의원간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총리는 사퇴하고, 대통령은 재신임 투표를 받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광원 (金光元) 의원은 "DJP는 내각제 맹약을 믿으라고 국민에게 강요하더니 이제는 DJP 장수만세의 기쁨조가 되라고 한다" 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거짓말 공화국' 이 됐다" (김문수 의원) , "상습적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나라는 없다" (金洪信 의원) 는 원색적 비난도 잇따랐다.

내각제 개헌 추진에 적극성을 보여온 자민련 의원들은 3명의 의원이 질문에 나섰으나 이원범 (李元範) 의원만이 내각제 유보를 공격했다.

李의원이 "약속을 깬 대통령은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고 추궁하자 여권 의석에선 "한나라당에나 가라" 는 비난이, 야당 의석에선 "충청권에 새 인물이 났다" 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건개 (李健介) 의원은 "개헌 정족수 부족으로 개헌 유보는 불가피하다" 고 강조했다.

국민회의는 천정배 의원만이 "내각제를 반대한 한나라당이 내각제 유보를 두고 대통령 재신임을 들고나오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 라고 언급했다.

◇ 세풍 (稅風) =검찰의 세풍 (97년 한나라당의 국세청 동원 불법 대선자금 모금) 수사를 놓고 한나라당은 '이회창 죽이기' 라고 비난했고, 여당 의원들은 철저 수사를 촉구하며 맞섰다.

전날에 이어 2라운드 공방이다.

한나라당 하순봉 의원은 '우리 당의 대선자금을 조사하려면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는 당론을 꺼냈다.

그러면서 "선거에 패배한 야당의 대선자금을 물고늘어지는 것은 하의도 (金대통령 고향)에 있는 소도 웃을 일" 이라고 비야냥을 섞어 목소리를 높였다.

河의원의 발언이 계속되자 의석 앞쪽의 한영애 (韓英愛.국민회의) 의원 등은 고성을 지르며 공격했다.

국민회의 의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장성원 의원 등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세풍 자금 일부를 선거에 쓰지 않고 10억원 이상을 유용했다면 이는 파렴치한 범죄" 라며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히고 범죄를 처벌해야 한다" 고 입을 모았다.

최훈.최상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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