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확인한 배용준의 힘 … 한류 부활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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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겨울연가’의 스타 배용준씨의 최근 행보는 새롭게 진화하는 한류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배씨는 지난달 말 도쿄돔에서 수만 명의 팬이 운집한 가운데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제작발표회와 자작(自作) 사진 에세이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출판기념회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특히 전국 곳곳을 돌며 김치·술·한옥 등 전통 문화 현장을 소개한 그의 에세이집은 일본에서 초판 5만 부가 발매 동시에 매진돼 앞으로 국내 관광산업에 적잖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한 편이 다양한 문화 콘텐트로 재생산되며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스타 개인은 물론 국가 브랜드까지 높인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준 셈이다.

2003년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처음 방영된 이후 2년간 유발한 경제적 효과만 2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될 만큼 한류는 힘이 세다. 한국 드라마와 스타에 대한 사랑이 한국 문화와 한국 기업,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 비경제적 효과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요즘 명동 거리를 일본인 관광객으로 들끓게 만든 장본인인 일본의 여장 남자 스타 잇코만 해도 ‘겨울연가’를 본 뒤 한국에 푹 빠져 ‘한류 전도사’로 나서게 됐다 한다. 얼마 전 일본의 새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가 방일한 탤런트 이서진씨를 만나 양국 우호의 메시지를 전한 것도 한국 드라마의 열성 팬인 부인 미유키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아쉽게도 지난 몇 년간 한류 열풍은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2003년에 전년 대비 60%를 웃돌았던 드라마·게임 등 문화 콘텐트 수출 증가율이 2006, 2007년엔 11%, 13%에 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애당초 한류가 해외에서 예기치 못한 채 시작되다 보니 우리 정부와 업계가 체계적으로 관리, 육성하지 못한 탓이 크다. 한류가 돈이 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매력)를 키우는 데에도 강력한 무기임을 확인한 만큼 이제라도 효율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몇몇 스타에게 기댈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킬러 콘텐트를 지속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