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역사스페셜' 조선시대 법의학 체계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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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KBS1 '역사스페셜' (31일 밤8시) 이 조선시대의 법의학 체계를 조명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 는 정신이 투철했다. 수많은 의문사가 사회문제로 남아있는 오늘날에도 시사성이 크다.

정조 11년 (1787) 황해도 평산의 새색시가 시집온지 석 달 만에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시집에선 자살로 보고 매장했지만 친정에서 뒤늦게 타살을 주장하며 관에 고발한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꼼꼼한 검시. 자살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친정아버지가 다시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엔 암행어사까지 출두한다.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결국 진범을 찾아내게 된다.

프로그램은 변사사건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가며 조선시대의 법정신을 되살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지방의 여염집에서 일어난 사건도 의혹 없이 풀어내는 철저함을 높이 평가한다.

이런 정신의 중심에는 법의학 서적인 '증수무원록' (增修無寃錄) 이 있다.

중국 원나라의 학자가 저술한 '무원록' 을 우리식으로 재구성한 책으로 살인사건이 나면 반드시 고을 관리가 현장에 가서 두 차례 검시과정을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그 결과를 상세하게 표시해야 한다. 인체의 앞면은 53곳, 뒷면은 26곳으로 나눠 기록했다. 검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사인도 남겼으며 정확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피의자의 친척은 검시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프로그램에선 조선시대 검시방법도 살펴본다. 물론 그 기법이 지금과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당시로선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예컨대 시간이 많이 흘러 분별하기 어려운 혈흔을 찾을 때는 고초법을 사용했다. 숯불을 이용해 붉게 달구고 고초 (초산) 를 떨어뜨리면 천에 묻은 피가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시체의 입에 밥을 넣은 후 그것을 꺼내 닭에게 먹여 독살됐는지를 알아보는 반계법도 재미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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