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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교육 수출'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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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4일 정보기술(IT) 분야를 연구하는 광주 전남대 콜센터연구소. 11명의 연구원이 긴급회의를 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중국 정보산업부 산하 IT진흥협회 간부 공무원들에게 가르칠 IT 관련 각종 교재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등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이 대학은 23일 중국 IT진흥협회와 70만달러(약 8억4000만원)를 받고 이 협회 간부 20여명에게 IT 노하우를 가르쳐주기로 계약했다.

다음달 19일부터 10월 말까지 세차례로 나눠 팀당 6박7일씩 이 연구소에서 가르치기로 했다. 교육 내용은 고객관리 전략수립을 비롯해 원가 분석, 인적자원 관리 등 다양하다. 국내 우수 기업의 콜센터 견학도 시켜준다.

전남대 정기주 콜센터연구소장은 "첫 교육 수출인 만큼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빈틈없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엔 중국은 물론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이 해외 교육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고 있다.

광주 과학기술원은 지난달 16일 베트남 하노이과학대 출신 석사들을 가르치는 대가로 5년간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받기로 했다.

광주 과기원은 내년 2학기부터 매년 하노이과학대 환경 분야 석사 10명을 선정, 환경공학 등 박사과정 교육을 시키고 베트남 교육훈련부에서 매년 20만달러를 받는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교육 수출의 물꼬를 튼 대전 우송대는 지난해 10월 내년 1월 개교할 예정인 캄보디아 프놈펜 폴리테크닉대학(국립 2년제)의 표준 교재를 38만4000달러(약 4억5000만원)에 제작해 주기로 계약했다. 이를 위해 우송대 교수 14명은 여름방학에도 연구실에서 교재 제작에 여념이 없다.

10월 말 완성되는 교재는 정보통신.전산.관광.외식조리 등 네개 학과 32개(권당 300여쪽) 과목이다. 이 교재는 캄보디아 모든 대학의 유사 학과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이 대학은 또 폴리테크닉대학 소속 교수 2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10월까지 강의법 등을 지도하고 있다.

우송대 조원권 대외협력단장은 "교육 수출은 대학의 새로운 사업 모델일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전 한남대 이상윤 총장은 최근 필리핀기술대에 IT 분야 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또 가비테 주립대에 IT 분야 석사 과정을, 불라칸 주립대에 산업공학 분야 석사 과정을 개설해 필리핀 내 IT 교육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전북 전주대는 내년 초 중국 칭다오(靑島)공업대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한국어교육원을 설립,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이다.

광주과학기술원 김경웅 환경공학과장은 "지방대학들도 해외 교육시장 공략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식.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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