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왕위전] 유창혁-목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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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제1보 (1~16) =유창혁9단은 제15국에서 복병 이세돌3단을 만나 고전했으나 중반의 기회를 잘 살려 1집반의 신승을 거뒀다.

이로써 쾌조의 3연승. 이에 맞서는 목진석4단은 제14국에서 최규병9단에게 져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지난해의 초반 3연승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왕성하던 신예의 기세가 일시에 꺾인 느낌이다.

심기일전의 睦4단은 첫수부터 8분의 장고다.

19세의 이 젊은이는 최근의 승부들이 경솔함으로 인해 쉽사리 무너졌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다.

그런 후회가 오늘 빈 바둑판을 앞에 두고 참선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劉9단도 첫수를 쉽게 두지 않는다.

비록 까마득한 후배지만 상대는 각오를 하고 나왔다.

예전같으면 劉9단의 호연지기가 이를 우습게 여기겠지만 요즘에 와서 劉9단은 사려깊고 진지해졌다.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호랑이처럼 그는 백2의 소목에 7분을 쏟아부었다.

3의 대각선 소목에서부터 6의 이색적인 걸침까지는 노타임. 그러나 7이 다시 11분의 장고. 3승의 劉9단보다 3패의 睦4단 쪽에서 더욱 끈덕진 집념을 토해내고 있다.

10의 한 칸은 후지쓰배에서 일본의 가토 (加藤正夫) 9단이 이창호9단을 격파할 때 사용해 새롭게 각광받은 수. 흑이 11을 두지않으면 '참고도' 처럼 A, B의 단점이 생겨 안된다.

11을 두면 흑 '가' 또는 '나' 의 붙임이 사라진다.

요컨대 10은 느리지만 두터운 수다.

백16에서 흑은 기로에 섰다.

물러서서 호흡을 조절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몰아칠 것인가.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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