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주일대 단군상 훼손 종교계 우려목소리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학교에 세워진 단군상의 목이 잘려나간 사건을 두고 종교계는 물론 사회 각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타종교 혹은 집단의 신앙이나 숭배물을 자신들의 교리에 어긋난다고 훼손해도 되느냐는 것과 민족의 시조 단군이 과연 신으로서 신앙의 대상이냐는 것이다.

한문화운동연합 (대표 이승헌) 이 올들어 전국 각급 학교및 공공시설에 '통일기원국조단군상' 3백67개를 세우자 지난달 24일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철거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논란은 예고됐었다.

그러다 지난 4일 밤 경기도 여주 일부 학교에 세워진 단군상의 목이 잘려나감으로써 단군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게 됐다.

불교계 21개 단체가 모여 구성한 종교편향대책위원회는 7일 '통일기원 국조단군상 목절단 사건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엄정 수사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세계관과 다르다고 해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동은 반인륜적" 이라는 이 성명은 지난 몇년간 불상의 목이 잘리고 사찰에 방화하는 훼불 사건이 광신도들에 의해 재발될 것을 우려하며 관계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민족정신회복시민운동연합 (임시대표 김지하) 도 7일 제1회 민족역사교육문화회의를 열고 단군상 훼손에 대한 성명을 냈다.

"이 사건은 종교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그 근본원인은 왜곡된 상고사에 있다" 는 이 성명은 "기독교인을 포함해 국민 모두가 이 사건을 민족정신의 위기를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 왜곡된 상고사를 바로잡는데 합심하자" 고 밝혔다.

이 회의에 참석한 강원용 (크리스챤아카데미 이사장) 목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선 우상 타파에 대한 우리 기독교인들의 뿌리 깊은 정서의 이해를 구했다.

조선말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조상 제사를 거부하다, 또 일제하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기독교도들의 바닥에 깔린 생리를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단군상 훼손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광신적 기독교도들의 잘못" 이라며 "단군상 건립이 종교적 차원이 아닌 민족정신회복운동으로 나아가야한다" 고 밝혔다.

한편 이 회의를 소집한 김지하시인은 "단군을 역사가 아니라 신화로 보는 식민사관을 답습한 잘못된 역사교육이 문제" 라며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고 민족화합과 통일, 나아가 새로운 세기 인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단군사와 사상은 하루속히 복원돼야한다" 고 주장했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