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가 추천한 명의] 강무일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박형무 중앙대의대 산부인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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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의사’로 불리는 박형무(중앙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가 가장 존경했던 사람은 통영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아버지였다. 그래서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될 꿈을 꿨다. 1970년 서울대 의대 입학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평생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전공을 택하라”는 조언을 했다. 의대생은 본과 3학년이 되면 각 진료과를 순회하면서 환자 치료 과정을 배우는 임상실습을 시작한다. 박 교수의 첫 임상실습은 분만실에서 출산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머리를 내밀고 세상 구경을 위해 애쓰던 아기가 첫 숨을 들이쉰 후 ‘응애~’ 하며 우는 모습은 생명의 탄생 과정을 함께했다는 감동을 줬습니다.” 그는 그날로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불임 치료서 폐경 치료로 바꿔

86년, 중앙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발령받은 그는 아기를 갖지 못하는 지인의 고통스러운 사연을 접하면서 불임 치료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연수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불임 교실에서 받았다. 또 85년 국내에서도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이후, 불임치료는 최첨단 의술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박 교수는 불임 대신 폐경 치료에 전념했다.

“미국 연수 중 성당에 다니며 신부님과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데 신부님이 “인간의 탄생은 자연의 섭리이자 하느님의 뜻이다. 인간의 출생을 조작하는 불임 치료는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행위인데 주님의 자녀인 당신이 왜 굳이 신앙에 위배되는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셨지요.”

물론 박 교수도 처음엔 신부님께 “불임 부부의 고통을 생각해 보셨느냐. 고통받는 사람의 짐을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게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신부님의 거듭된 설교에 결국 감화를 받아 전공을 바꾼 것이다.

불임 치료를 포기하자 자연스레 산부인과 호르몬 치료의 또 다른 분야인 폐경 치료가 눈에 들어왔다.

이후 그는 자신이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는 의사가 됐다”고 들려준다.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불면·심장 두근거림 같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콜라겐 섬유가 줄어 피부 노화와 골밀도 감소가 눈에 띄게 진행하면서 온몸에 찌뿌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런 증상을 직면한 여성은 ‘노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며 좌절하게 됩니다. 그런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서 증상이 호전되면 환자는 ‘젊음의 샘물을 마신 듯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낸다’며 기뻐합니다. ”

호르몬·약물 요법으로 행복한 삶 가능

한국 여성들이 칼슘 섭취를 돕는 비타민D 수치가 낮아 골다공증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것도 박 교수의 업적이다.

“처음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땐 통계에 오류가 있을 거란 생각마저 했어요. 골다공증 여성의 비타민D 부족 비율은 통상 3분의 2 정도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유독 80%로 높습니다. 한국 여성들이 햇빛 노출을 지나치게 꺼린 탓이죠.” 비타민D는 자외선을 받아 피부에서 합성되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폐경을 단순한 생리 현상으로, 혹은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을 우려해 불편한 증상을 인내심으로 견뎌내는 폐경 여성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강조한다.

“폐경 증상으로 고통받는 여성이라면 호르몬 치료를 5~10년간 받는 게 좋습니다. 만일 유방암 환자처럼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 다른 약물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지금은 여성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폐경 기간도 35년으로 길어졌어요. 이 긴긴 세월 동안 여성들이 건강하고 편하게 지내야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 아니겠어요.” 스마일 의사 박형무 교수는 폐경 치료에 대한 필요성과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신인섭 기자



강무일 교수는 이래서 추천했다
“환자가 무리한 치료 요구해도 언제나 스마일”

“환자는 병으로 고통받기 때문에 병원에서 밝고 따뜻한 위안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막상 의사 입장이 돼보면 치료가 힘든 환자도 있고, 의외의 합병증이 발생해 고민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박형무 교수도 이 모든 상황을 피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도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환자를 진료해 ‘스마일 의사’로 알려져 있어요. 한번은 박 교수한테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힘든 일도 겪을 텐데 어떻게 늘 밝게 웃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환자를 대할 때마다 ‘하느님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 뒤 결과는 하느님 뜻에 맡긴다’는 다짐을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하더라고요. 이런 의사에게 진료받는 환자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강무일(사진) 교수는 박 교수를 명의로 추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박 교수는 학자로서 지식을 전파하려는 의지도 대단해 새로운 지식이 소개되면 이를 다른 의사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열정은 환자에게도 똑같이 쏟아붓는다.

“박 교수는 환자를 위해 책자를 만들고 공개 강좌를 여는 일에도 열의를 쏟아요. 명의란 바로 박 교수처럼 모든 진료 과정과 병에 대한 정보를 환자와 공유하기 위해 다가가는 의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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