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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출산은 계획이다] 엄마·아빠 되기, 시나리오 짜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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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계획적인 임신이야말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필수 요건이다. [신인섭 기자]

회사원 정모(41·서울 성동구)씨는 2007년 2월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당시 아내 H씨의 나이도 고령 임신에 속하는 36세였다. 임신엔 곧 성공했지만 4개월 만에 자연 유산을 했다. 그 후 6개월을 기다려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H씨는 서둘러 산부인과를 방문해 자궁·나팔관 X선 검사를 받았다. 이상은 없었다. 정씨의 정액검사 결과도 정상이었다. 의사는 정씨에게 “담배를 끊고 체중을 감량하고, 술·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라”고 주문했다. 또 엽산이 든 영양제를 아내와 함께 복용하라고 처방했다. 당시 그의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정상은 18.5~23)는 32로 비만에 속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특별한 치료 없이 정씨 부부는 임신이라는 소망을 이뤘다.

아내는 꼼꼼히 영양 챙기고 병 다스리고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심성신 교수는 “영양·스트레스·질병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자연 임신을 도와줄 뿐 아니라 출생한 아이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보약’”이라고 밝혔다.

임신 전 또는 임신 중의 영양 부족, 그리고 임신 중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저체중아(체중 2.5㎏ 이하)의 출생가능성을 높인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지난해 전체 출생아의 4.9%가 저체중아이고, 이 비율은 매년 증가 추세”라며 “이는 비만·흡연·다이어트 등 부실한 산전 관리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대 안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 65명(2004년 1월∼2008년 10월)을 보자. 미숙아·저체중아·선천성 기형아 등 합병증이 있는 아기의 85%(55명)가 산전 관리를 일절 받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임신도 계획대로 해야 ‘위험’ 줄어

우리나라 여성의 계획 임신율은 50% 정도다. 나머지 절반은 사전 계획 없이 임신한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은 담배·술·약·방사성 물질(X선 검사 등) 등 기형유발 가능 물질에 노출될 위험을 2~3배 높인다.

관동대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렬 교수는 “임신부의 약 30%는 고혈압·간질·천식·당뇨병·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다”며 “당뇨병 여성이 미리 혈당을 조절한 뒤 계획적으로 임신하면 기형아 출산율이 정상 임산부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있는 여성이 혈당 조절 없이 임신하면 기형아 출산율이 거의 10%에 달한다.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과 은병욱 교수는 “기형 발생과 모체를 통한 수직 감염을 예방하려면 임신 전에 풍진·수두·B형 간염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며 “계획 임신이어야 이 같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남편도 애 낳는 마음으로 출산 교육 받아야

자연 임신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있어서 남성은 공동 ‘주연’이다. 국내 불임의 원인이 3분의 1은 여성, 3분의 1은 남성에게 있다. 나머지는 원인을 모르거나 남녀 모두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다.

건강한 자녀를 원하는 예비 아빠라면 먼저 살부터 빼야 한다. 남성이 비만이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우세해져 수정가능성이 큰 정자가 잘 생성되지 않아서다. 설령 수정할 수 있는 정자가 있더라도 활동성이 떨어져 수정 후 자연 유산되기 쉽다. 금연도 필수다. 반면 운동은 정자세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임신 중에도 남편이 아내를 계속 도와야 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이영 교수는 “남성도 아내와 함께 출산 준비 교실에 등록하는 것이 좋다”며 “아내의 신체·심리 변화를 이해하고 정신적으로 지지해야 건강한 2세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편의 출산 준비 교육 참여가 유산율과 임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보건소 등록 임신부에 철분제 제공

현재 우리나라 임신부는 대부분 임신 중 검진을 받는다. 평균 검진 횟수는 13.2회지만 3.7%는 7번 미만이다. 임신 중 평균 진찰 비용은 70만원. 이 중 56만원(80%)을 임신부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커버한다(2006년 보건사회연구원).

현재 혈액·소변·매독반응·B형 간염 항원검사는 물론 혈액형·풍진·임신성 당뇨 검사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이원희 가족건강과장은 “지난해부터 각 보건소에 등록한 임신 20주 이상 임신부에게 조산·유산 등의 예방을 위해 철분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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