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EPL 진출 5경기 만에 데뷔골 … 평점 8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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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오른쪽)이 23일 칼링컵 웨스트햄전이 끝난 뒤 볼턴의 맥슨 감독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청용은 27일 버밍엄과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AP=연합뉴스]


드디어 터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이청용(21·볼턴 원더러스)이 5경기 만에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청용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세인트 앤드루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버밍엄과 정규리그 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41분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나온 박지성의 골을 보는 듯했다. 이청용은 1-1로 맞서던 후반 41분 팀 동료 매튜 테일러가 찬 프리킥이 오른쪽 골 포스트에 맞고 나오자 감각적인 터치로 볼을 띄워 올려 수비수 2명을 단숨에 따돌린 뒤 왼발로 텅 빈 골문을 열었다.

왜소한 아시아 선수가 선보인 섬세함과 침착함에 ‘축구 종가’는 깜짝 놀랐다.

게리 맥슨 볼턴 감독은 “대단한 재능을 지녔다. 그 재능의 원천은 침착함”이라며 “결승골을 넣는 순간에도 침착함이 돋보였다”며 이청용을 칭찬했다. 영국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청용의 골 세리머니 사진으로 볼턴의 승리 소식을 전하며 “대단한 기술로 결승골을 터뜨렸다(Showed great skill with winning goal)”는 평가와 함께 팀 내 최고인 평점 8점을 줬다.

이청용에게는 세 가지 의미가 담긴 골이었다.

지난 23일 칼링컵 웨스트햄전 도움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린 이청용은 이제 조커를 넘어 주전을 넘볼 수 있게 됐다. 이청용은 힘과 높이를 선호하는 맥슨 감독의 스타일 탓에 지난 5경기에서 교체로만 뛰었다.

또 이청용은 데뷔골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했다. 버밍엄전은 이청용의 부모가 영국을 방문해 아들의 경기를 직접 본 첫 경기였다. 부친과 모친이 지켜보는 앞에서 데뷔골을 성공시켜 제대로 효도를 한 셈이다. 이청용은 “부모님의 기도 덕분에 데뷔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가족과 기쁨을 나눴다.

마지막으로 이청용은 동료와 볼턴 팬에게 한동안 야유를 받을 뻔한 위기에서 스스로 탈출했다. 결승골 장면에 가려졌지만 이청용은 버밍엄전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39분에 저지른 패스 미스가 버밍엄 케빈 필립스의 동점골로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팀에 승점 3점을 안기며 이청용은 2분 만에 지옥에서 탈출했다.

한편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26일 스토크시티와 원정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7명의 교체선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지성은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주전 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박지성은 올 시즌 정규리그 7경기에서 3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0-1로 패한 번리전에서 뛴 90분이 유일한 풀타임 출전이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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