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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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호 11면

물바람이 물안개 속을 거닐고 지나갑니다.
물보라 일으키는 여울로 다가갑니다. 물소리조차 갓밝이 세상에서는 고요합니다. 서늘한 가을 강, 시린 아침입니다.
지나가는 새도, 가끔 보이는 낚시꾼도 오늘은 없습니다.
홀로 있습니다. 강돌에 뒤뚱이는 몸을 가누며 강가를 거닙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수없이 많은 강돌 중 반반한 강돌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냅니다. 절로 눈이 감깁니다.
이 아침에 강돌을 선택하듯, 살면서 스치는 인연들이 편안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합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 내게 다가온 것이기도 합니다.
다가감도, 다가섬도 마주침에 두려움이 없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겁니다.
아침 햇살이 오르니 물안개가 제 몸을 없앱니다.
다가오는 햇살과 떠나는 물안개를 뒤로하고 몸을 챙깁니다.
마누라 있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서늘합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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