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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연회장 백화점 판매행사 귀빈대접 받으며 싼값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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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회사원 조성원 (37.서초구) 씨는 최근 시내 호텔에 들렀다가 연회장에서 백화점 판매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호기심에 매장에 들어가 봤으나 브랜드 의류 등 고가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그냥 돌아 나왔다.

최근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게릴라식으로 부정기적인 출장판매를 자주 열고 있다.

출장판매란 유통업체가 호텔 연회장이나 지방의 대형 판매장 등에 임시 매장을 꾸며 물건을 파는 행사로, 최근에는 부쩍 활성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유통업체간 매출 경쟁이 다시 벌어져 백화점을 중심으로 출장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어떤 상품이 있고 어떻게 이용하나 = 이 행사의 본래 목적은 'VIP 마케팅' 전략에서 나왔다.

따라서 롯데.갤러리아.현대.한신코아 백화점 등에서는 연간 구매 순위 가운데 상위 1만~10만명 안에 드는 자사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우선 행사를 준비한다.

이들 고객은 대부분 호텔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이용한 셈. 백화점측은 이들 고객에게 우편을 통해 상품소개 등의 행사 내용을 알리는 게 보통이다.

물론 '초대받지 않은 일반인' 들도 행사장에 와서 물건을 사도 업체에선 막지 않는다.

이들 행사는 바겐 세일 전후나 3월, 6월, 9월 등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집중되기도 하나 각 업체의 전략에 따라 수시로 열리게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선뵈는 물건들은 대부분 고가품이나 신상품이 주류를 이룬다.

롯데의 경우 소공동과 잠실 롯데호텔에서 부정기적으로 마련하는 호텔 판매 행사에서는 이동수.부루다문.마리 끌레르 등 유명 브랜드 20여 개의 여름 신상품을 바겐세일 가격으로 사전에 팔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은 골프 의류.도자기.남여 정장 등 44개 브랜드 상품을 선정해 출장판매를 실시한다.

특히 이 백화점은 강북지역에서 출장 판매를 목적으로 지난 주 시청 앞 래디슨 프라자호텔에서 행사를 가졌으며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기회를 가질 계획이다.

따라서 이를 잘만 이용하면 백화점의 바겐세일이 없는 기간에도 고급제품을 할인해서 살 수 있다.

실제로 갤러리아는 이런 행사장에서는 이태리브랜드인 막스마라 블라우스 (11만3천원) 등을 절반값인 5만원에 팔기도 한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은 매년 최고급 수입 의류 재고상품을 조선호텔 등에서 40~50%씩 할인해 파는 행사를 마련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이들 행사는 쾌적한 호텔공간에다 다과와 차 등을 공짜로 제공하기도 한다.

◇ 문제점은 없나 =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획판매행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 업계간의 상권다툼으로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갤러리아 등 강남업체들이 명동 등 강북에 행사장을 차리면서 업계간 감정 싸움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또 한신코아는 주로 백화점이 적은 충북 제천, 경기도 하남시 등 지방으로 출장판매를 실시해 지역 유통업체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에 따라 현대 등 일부 백화점은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당분간 출장판매를 안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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