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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에 미생물이 우글댄다고? 걱정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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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먼저 일반 컴퓨터 키보드의 세균이 변기 좌석보다 5배나 많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샌들에 1만8000마리가 넘는 박테리아가 기생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손세정제를 구입하고 앞코가 닫힌 신발(해변에서조차)로 바꿔 신었더니 이제는 지상 최후의 청정 구역인 샤워기에도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우글거린다고 한다.

Don’t Panic: Showerhead Germs Won’t Kill You

곧 발행될 예정의 미국 과학원 회보에 실린 새로운 연구 보고서 내용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귀가 길에 마트에 들러 스프레이형 전신 세정제를 평생 사용할 만큼 구입해야 할까? 천만에. 이런 조사 결과가 공포감을 조성해서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일상용품에 기생하는 미생물이 건강을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

가장 최근에는 콜로라도 대학(불더) 연구팀이 미국 전역의 샤워기 45개를 검사한 결과를 9월 중순 발표했다. 샤워기 하나에 ㎠당 평균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돗물의 박테리아가 보통 L당 그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꽤 섬뜩한 사실이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입자의 절반가량이 기도 깊숙이 침투할 만큼 아주 작다고 한다. 샤워할 때 우리가 들이마시는 호흡이 세정효과는커녕 외래 미생물투성이일지 모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조사가 연상케 하는 이미지에 너무 현혹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샤워기가 더럽다고 해서 쓰러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아마도 샤워기의 미생물 때문에 죽거나 병에 걸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보고서의 지적대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미생물의 바다” 속을 헤쳐 나간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샤워를 포기할 필요는 아직 없다. 이번 조사의 책임자인 노먼 페이스는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만 전신욕을 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샤워가 위험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페이스는 말했다. “아니다. 위험하지 않다.” 이런 세균들이 별문제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계속 화제가 될까? 해마다 뭔가는 이슈가 된다. 키보드와 샌들이 아니면 스폰지나 결혼반지가 문제다. 이런 조사결과는 불쾌하기는 해도 대체로 중요하지 않은 사실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뿐 아니라 우리 기자들의 시간을 불필요하게 많이 잡아먹는다. 우리 사생활 공간을 침범하는 온갖 미생물 관련 자료들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오히려 묘한 만족감을 얻는다. 국제 강박신경증 재단의 제프 지만스키 사무국장에 따르면 그런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가장 최근의 위험 관련 정보를 읽을 때 허황된 안도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얻는다고 지만스키는 말했다. 우리는 정보를 많이 입수할수록 더 안심하게 된다. 위험의 실체를 알면 대비책 마련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모든 뉴스가 최신 유행 다이어트 같다”고 그는 말했다.

지만스키가 보기엔 모든 언론 매체가 깨끗한 사람이 곧 착한 사람이라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듯하다. 언론은 “건강하게 살려면 깨끗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입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지만스키가 모든 피학적 경향의 결벽증 환자들에게 일깨워 주듯이 소독제와 세정제에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이런 불쾌한 연구결과를 읽고 또 읽는다. 실제로 페이스는 언론이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또 있다. 페이스의 연구는 실내 미생물에 관한 훨씬 더 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따라서 앞으로 몇 년간 실내 공동구역에 기생하는 미생물 관련 연구 결과가 더 많이 쏟아져 나와 세균공포증을 부채질할 게 분명하다. 페이스의 눈에는 온 세상이 미생물이다. “우리가 이만큼 산 게 놀랍다”고 그는 말했다.

“내일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요?” 내가 물었다.

“샤워 한 번으로 죽을 확률보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그가 대답했다. 그래도 다음에는 샤워 시간을 좀 더 줄여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JOHANNAH CORNBLAT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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