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未堂) - 이근배
관악산 기슭에 한 쌍 학이 살고 있다
긴 목울음 타는 가락 강물에 다 적시우고
신라를 등에 업고서 서울을 날고 있다.
에밀레,에밀레 비천상 (飛天傷) 은 피리불고
감은사 만파식적 (萬波息笛) 도 바다 아직 안 재우고
토함산 머리맡에서 해를 빚는 생불 (生佛) 이여.
누가 다시 천년을 이마에 얹히랴
동천 (冬天)에 심은 눈썹 절간하나 지어놓고
열리는 밀레니엄의 길에 별을 쓰는 노인이 있다.
※미당 - 서정주 시인의 호.
*** 시작노트
어느 자리에서 나는 '미당의 시, 밀레니엄의 시' 라는 제목으로 우리 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해본 일이 있다.
향가에서부터 우리 시의 역사가 천년을 뻗어내려온 것이라면 앞으로 올 천년과의 경계에 미당선생이 계시다는 생각에서였다.
'신라' 는 물론 단군에서부터 이 나라 역사의 대간 (大幹) 을 모두 모국어 정신으로 파헤친 시인이 미당선생 밖에 달리 떠오르는 분이 내게는 없다.
이 3수의 시조는 관악산 기슭에서 학수 (鶴壽) 를 누리시며 천년을 향해 길을 쓸고 계신 미당 선생의 여러 싯귀들을 따서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이근배 <약력>약력>
▶40년 충남당진 출생
▶서라벌예대 문창과
▶61년 경향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 '한국문학' 발행인.문인협회부이사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가람시조문학상. 육당시조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