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지상 백일장-6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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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당 (未堂) - 이근배

관악산 기슭에 한 쌍 학이 살고 있다

긴 목울음 타는 가락 강물에 다 적시우고

신라를 등에 업고서 서울을 날고 있다.

에밀레,에밀레 비천상 (飛天傷) 은 피리불고

감은사 만파식적 (萬波息笛) 도 바다 아직 안 재우고

토함산 머리맡에서 해를 빚는 생불 (生佛) 이여.

누가 다시 천년을 이마에 얹히랴

동천 (冬天)에 심은 눈썹 절간하나 지어놓고

열리는 밀레니엄의 길에 별을 쓰는 노인이 있다.

※미당 - 서정주 시인의 호.

*** 시작노트

어느 자리에서 나는 '미당의 시, 밀레니엄의 시' 라는 제목으로 우리 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해본 일이 있다.

향가에서부터 우리 시의 역사가 천년을 뻗어내려온 것이라면 앞으로 올 천년과의 경계에 미당선생이 계시다는 생각에서였다.

'신라' 는 물론 단군에서부터 이 나라 역사의 대간 (大幹) 을 모두 모국어 정신으로 파헤친 시인이 미당선생 밖에 달리 떠오르는 분이 내게는 없다.

이 3수의 시조는 관악산 기슭에서 학수 (鶴壽) 를 누리시며 천년을 향해 길을 쓸고 계신 미당 선생의 여러 싯귀들을 따서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이근배 <약력>

▶40년 충남당진 출생

▶서라벌예대 문창과

▶61년 경향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 '한국문학' 발행인.문인협회부이사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가람시조문학상. 육당시조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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