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宋씨 유물 9,348점 기증한 대전 송형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능하면 잘 보존해 많은 후세 사람들이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믿을 만한 기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회사원 송형규 (宋炯珪.28.대전시유성구신성동) 씨가 최근 대전시에 자신의 가문인 은진송씨 (恩津宋氏) 문정공파 (文正公派) 집안 전래 유물 9천3백48점을 기증,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유물은 宋씨의 14대 선조며 우암 (尤庵) 송시열 (宋時烈.1607~89) 선생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 유학자인 동춘당 (同春堂) 송준길 (宋浚吉.1606~72) 선생이 남긴 일기를 비롯, 19세기 중순까지 동춘당의 후손들이 남긴 편지. 묘지석. 가구. 시권 (試券. 과거 답안지) 등 분류된 것만도 20여가지로 조선시대 선비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들이다.

특히 동춘당 사망 당시 후손들이 장례절차.조문객 등을 기록한 상사일기 (喪事日記.1672년 작성) 및 경연일기 (經筵日記.1600년대 중반 동춘당이 관직 재직시 기록한 일기) 는 대전시 문화재로도 지정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물들은 宋씨의 할아버지 (元彬) 와 아버지 (容復) 생존 당시만 해도 보존이 비교적 잘 됐다.

그러나 할아버지에 이어 지난 9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宋씨가 결혼 (96년) 과 함께 분가 (分家)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방 하나에 거실이 고작인 17평짜리 연립주택에 부인.두살배기 아들과 함께 살기에도 비좁다 보니, 널찍한 방 하나 정도 공간을 필요로 하는 유물들은 당연히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宋씨는 "그동안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분실 및 훼손당한 것들도 적잖아 항상 조상께 송구스럽게 생각해 왔다" 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는 대전시 향토사료관 (중구문화동 한밭도서관내)에 별도 전시실을 설치, 유물들을 전부 시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대전 =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