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 월급 받아 국민 볼모 투쟁 앞장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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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법원공무원노조(법원노조)가 조합원 투표에서 3개 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안을 통과시켰다. 공무원노조법이 제정돼 2007년 공무원 노조가 합법화된 지 2년여 만이다.

통합 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 김진호 대변인은 “흩어져 있던 공무원 노조를 통합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함으로써 강한 힘으로 정부와 교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3개 노조가 합치면 조합원 수가 11만5400명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할 경우 금속노조(14만7000명), 공공노조(14만2000명)에 이어 민주노총에서 셋째로 규모가 큰 산하연맹이 된다.

이번 투표율은 78%로 90%를 개표한 22일 오후 9시 현재 통합 안건에는 투표자의 88%가, 민주노총 가입 안건에는 68%가 찬성했다. 통합 안건은 과반수 투표에 3분의 2 찬성으로, 민주노총 가입 안건은 과반수의 투표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공복이 국민 상대로 투쟁=정부는 통합 노조가 민주노총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투표 결과가 나온 22일 오후 9시쯤 행정안전부는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민주노총 소속 통합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대화 상대로 적절한지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투표 과정의 위법·불공정 투표 사례와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것도 덧붙였다.

행안부 정창섭 1차관은 “정치운동이 금지되고 단체행동권이 없는 공무원 노조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민주노총에 가입해 활동한다면 공무원 노조의 대다수 활동이 실정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노조가 규약상 명백하게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것은 ‘국민전체의 봉사자’임을 자임하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해 불법활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정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나 정치투쟁에 공무원이 앞장서게 될 가능성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복(公僕)이 국민을 볼모로 투쟁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공무원 노조는 단결권·단체교섭권과 협약체결권만 있을 뿐 단체행동권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무원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 조합원·예산(86억원)의 약 20%를 부담하는 ‘대주주’인 공무원 노조는 지분만큼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원기회복’ 민주노총=민주노총은 연초부터 KT노조·인천지하철노조·쌍용자동차노조 등이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위기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노조의 가세는 민주노총에는 든든한 원군이 될 전망이다. ‘탈퇴 도미노’ 흐름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제1노총으로 위상이 올라가게 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조합 총연맹의 규모는 한국노총 72만5000명, 민주노총 65만8100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민공노 와 법원노조 의 조합원 6만7300여 명이 가세하면서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제1노총이 된 것이다. 전공노는 이전부터 민주노총 소속이다. 제1노총이 되면 정부가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많은 근로자 위원을 참석하도록 하는 권한이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는 한국노총이 현재 1노총으로 민주노총보다 1명 많은 5명을 근로자 위원으로 참석시키고 있다.

김상우·장정훈·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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