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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밤 식히는 공포영화 개봉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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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공포 (호러) 영화의 시즌이 돌아왔다. 여름 한철을 노린 공포영화 신작들이 줄줄이 극장 스크린을 '엄습' 할 기세다. 지난 몇년간 영화계에 통했던 '공포영화 = 흥행성공' 등식이 올해도 과연 들어맞을지 궁금하다.

지난해엔 특히 그 등식의 적중률이 높은 편이었다. 저예산 기획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한국영화 '여고괴담' 을 비롯, '조용한 가족' '퇴마록' '킹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 등. 이 작품들을 통해 호러영화붐이 조성됐다.

올 여름도 이미 호러열풍이 시작됐다. 시작은 지난 5일 개봉된 '스크림2' 와 '황혼에서 새벽까지2' .여기에다 12일 개봉하는 '슬레이어' 와 한.일 합작영화 '링' 등이 가세하면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초여름 첫 테이프를 끊은 '스크림2' 는 최근 나온 저예산 호러영화의 간판격이다. 편당 제작비가 고작 30~4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시장에서만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3편까지 제작 중. 이번 '2편' 은 올해 초 국내에 선보인 '스크림' 의 속편이다. 당당히 '속편' 임을 내세워 '속편은 후지다' 는 금기에 도전했다.

결과는 "예상치보다 괜찮다" 는 게 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시각. 1편의 웨스 크레이븐 (감독).케빈 윌리엄슨 (각본) 콤비가 재도전한 '스크림2' 는 대학가 극장 안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퀴즈 쇼처럼 풀어나가면서 전편의 상투성을 교묘히 피해나간다.

주인공 시드니 (니브 캠벨) 를 중심으로 사건의 발단과 결말이 집중되는 한편, 남자친구 랜디와의 연애담도 섞어 잔재미를 더했다. 역시 시리즈인 '황혼에서 새벽까지2' 는 흡혈귀가 탈옥한 어느 은행강도를 물면서 다시 피의 사냥이 시작된다는 줄거리. 전편의 로버트 로드리게스에서 '이블데드' 시리즈의 시나리오 작가 스콧 스피겔로 감독이 바뀌었다. 그러나 전편보다 '악마적인 유희성' 이 많이 탈색됐다는 평이다.

'슬레이어' 는 '할로윈' 등을 만든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명장 존 카펜터의 신작. '뱀파이어들' 이 원제인데 국내팬과 만나는 과정을 지나치게 의식한 수입사의 '배려' 덕에 단순 공포영화로 '무늬' 가 약간 바뀌었다. 교황청과 뱀파이어 (흡혈귀)가 결탁, 영생을 추구한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슬레이어' 와 맞붙는 김동빈 감독의 '링' 은 비디오 속 영상이 강력한 초능력을 발휘해 이를 본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 스즈키 고지 원작을 우리 식으로 각색했다. 신은경이 주연한다. 지난해 일본 최고의 히트작이다.

관객들이 이같은 호러 열풍에 편승하는 것은 그 속에 내재된 오싹한 '청량감' 의 유혹 때문일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엔 '헌팅' '머미' '할로윈 : H20' 등 제법 큰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 극장관계자는 " '잔혹' 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 관객들이 알기 시작한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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