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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물 매년 8억원어치 사서 굴포천에 흘려 보냈다”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18일 오후 5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 중류. 철새인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작은 바위 위에 올라서 깃을 털고 있었다. 하천 바닥이 반쯤 들여다보였고 이곳 저곳에서 물거품이 연거푸 올라왔다. 물고기가 숨쉬고 있다는 표시였다. 동행했던 부평구청 직원은 “총 연장 2.8㎞의 굴포천 곳곳에 어른 팔뚝만 한 잉어와 붕어·자라 등이 살고 있다”며 “어류 보호를 위해 최근 굴포천을 낚시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생태하천 굴포천 조성사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굴포천은 잿빛 물 위로 썩은 음식물찌꺼기·과자봉지 같은 온갖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죽은 하천’이었다. 생활 하수와 인근 공단에서 내려오는 오·폐수 때문에 역겨운 악취가 진동했다. 실지렁이 외의 다른 생물은 살기 힘들다는 5급수였다. 이곳이 생태하천으로 변하는 데는 박윤배(57·사진) 부평구청장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한몫했다. 23년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전략추진팀장 등을 지낸 경험이 보탬이 됐다.

부평은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하고 재정자립도가 22%에 불과하다. 부평의 녹색생태도시화를 주창하는 박 구청장을 18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부평에서 태어나 인천중·제물포고·서울대(정치학과)를 나온 그는 2002년 6월부터 7년째 구정을 이끌고 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10월 울릉군으로부터 ‘독도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독도사랑’을 지속적·실천적으로 하는 단체장으로 인정받아서였다.

-재정자립도가 낮은데도 450억원이 투입된 굴포천 조성사업을 완공했다. 18만㎡ 규모의 인천 나비공원 완공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사실 재원이 적다. 인구가 90만 명인 부천시 연간 예산이 1조4000억원이다. 그런데 부평구는 인구가 57만 명인데 3500억원에 불과하다. 6만 명인 강화군과 엇비슷하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이 시·군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광역시 산하 자치구가 규모는 비슷한데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이유다. 자치구에도 인력·재정 등에서 시·군과 같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해야 한다. 시 예산 외에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을 갖고 국가나 시의 지원을 따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결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굴포천 사업은 7.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15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굴포천 복원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구청장 재선 후인 2006년 말 착공해 2년 만에 완공했다. 공사 중 두 가지 난관에 부닥쳤다. 부평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6개년 계획에 따라 한국수출산업공단 제4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공업도시로 성장하면서 구내 5대 하천에 오·폐수가 넘쳤다. 그 오·폐수를 처리하는 것과 하천에 흘러갈 맑은 물을 구하는 것이었다. 오·폐수는 지하에 하수도관을 설치해 해결했다. 굴포천에는 한강 물을 사다가 방류했다. 한강 풍납 취수장에서 부평정수장으로 온 물이 식수로 쓰이는 데 정수하기 전의 한강 물을 사서 쓰는 것이다. 정수장에 연간 8억원을 지불한다.”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 열풍이 뜨겁다.
“인천시와 부평구 사이에는 산맥이 가로놓여 있다. 그런데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하면서 부평구를 억지로 인천시로 편입시키면서 발전이 더디다. 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선 김포시·계양구·인천서구·강화군 간 통합 논의가 오간다. 부평은 합친다면 계양구·인천서구·부천시와 하는 게 역사적·지리적·문화적으로 맞다. 조선시대 때 이곳들은 하나였다. 먼저 통합의 큰 틀이 잡혀야 각론이 가능하지 않겠나.”

-앞으로의 계획은.
“생태하천인 굴포천과 생태학습장인 나비공원을 산책로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해마다 인천부평풍물대축제를 찾는 130만 명의 관광객이 이 두 곳을 다녀갈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겠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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