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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 부활…오정희 원작 '새' 첫 방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TV 문학관' 이 돌아온다. 소재빈약.제작비 부족 등을 이유로 자주 중단돼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워했던 프로였다.

편당 제작비가 일반 드라마의 3~4배에 달하니 방송사로선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이 감각적으로 흐를 수록 고급 프로에 목말라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법. 현재 방송사에서 문학작품을 다루는 드라마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TV 문학관' 의 컴백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월 1회꼴로 방영예정.

30일 방영될 첫 작품은 오정희 원작의 '새' (밤10시10분) .부산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어린 남매의 고단한 일상을 담는다. 연출은 장형일 PD가 맡았다. 75년 전쟁드라마 '전우' 를 시작으로 예전의 TV 문학관 '등신불' '무명' '강 건너 북촌' 등을 제작했던 베테랑이다.

첫편 '새' 에선 우선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아버지에게 매를 맞는 엄마의 모습과 새가 되어 날아가는 동생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것부터 그렇다. 기존의 'TV 문학관' 이 실사로만 촬영됐던 것에 비하면 분명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또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인 원작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시청률보단 작품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는 반증일 듯 싶다.

촬영 배경도 사실적이다. 올 봄 속초에서 찍은 겨울 장면. 외딴 집 주위의 풀을 다 뽑은 것은 물론 1백 가마가 넘는 소금을 뿌리고 지붕과 헛간은 솜으로 다 덮어 겨울을 그려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TV 문학관' 이 하나의 영상 문학작품이라면, 컴퓨터 그래픽은 하나의 수사법이다. 은유나 상징의 한 방법이란 얘기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날개를 달아서 표현한 동생의 죽음은 오히려 문학적 여운을 반감시키는 요소다.또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되는 전반부는 약간 들뜨고 산만한 느낌마저 준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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