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치료가 우선, 단백질 섭취 피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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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호 15면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질환이다. 콩팥의 기능이 일정 기준 이하가 되면 생명 유지를 위해 투석이나 신장 이식과 같은 치료가 필요해진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말년에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을 받았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35세 이상 성인의 13.8%가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고, 이는 지난 20년간 15배가 늘어난 것이다. 만성콩팥병의 원인은 여럿이지만, 당뇨병은 그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이다. 투석을 받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다.

내게 맞는 식이요법은 ⑬ 신장병-당뇨 함께 앓을 때

콩팥의 대표적인 기능은 소변을 통해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하면 노폐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 안에 쌓이게 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콩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체내에 노폐물이 덜 쌓이게 하는 식사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투석을 하지 않는 환자는 좀 더 엄격하게 식사 조절을 해야 한다. 단백질·염분·칼륨·인 등이 주의해야 할 성분이다.

질소 노폐물 몸에 쌓이면 안 돼
단백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는 필수섭취량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몸 안에서 대사되면 질소노폐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려고 칼로리 섭취량까지 줄여서는 안 된다. 만약 칼로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에너지 공급을 위해 근육과 같은 체단백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질소노폐물이 많이 생기는 결과를 낳는다.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는 물에 데쳐낸 후 충분히 헹궈 조리하는 것도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좋은 방법이다. [중앙포토]

따라서 만성콩팥병 환자는 단백질을 제한하는 동시에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를 늘려 칼로리를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대표적인 탄수화물 급원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빵·국수·감자는 탄수화물은 물론 단백질도 함유돼 있는 식품이어서 많이 먹게 되면 단백질 섭취가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만성콩팥병 환자에겐 칼로리 보충을 위해 설탕이나 사탕처럼 단백질이 들어있지 않은 당분을 적절히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있을 경우 혈당 조절을 위해 탄수화물 식품, 특히 당분 섭취량이 많아지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콩팥합병증을 가진 당뇨병 환자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물론 당분을 비롯한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때에는 체내 질소노폐물 생성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만성콩팥병이 있어 단백질을 제한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름이 훌륭한 칼로리 급원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튀김·전·볶음이나 기름을 넣고 만든 샐러드 드레싱 등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같은 칼로리라도 탄수화물 음식만 단독으로 먹는 것보다는 지방이 함께 들어간 음식이 권장된다. 예를 들어 빵과 잼만 먹는 것보다는 빵에 버터나 올리브 기름을 곁들여 먹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다.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문제는 의사의 진료를 받아 경구혈당약이나 인슐린 치료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단, 당질식품을 한꺼번에 먹지 말고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먹으면 혈당이 급속하게 상승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 오랫동안 단 음식을 피했던 경우 단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먹기를 꺼리게 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폴리덱스트로스로 된 탄수화물 보충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이는 설탕에 비해 단맛이 덜해 같은 칼로리를 좀 더 수월하게 먹을 수 있다.

채소는 데친 뒤 물에 충분히 헹궈 섭취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들에게 많이 권장되는 채소류나 잡곡·현미 등도 콩팥기능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잡곡이나 현미에는 칼륨과 인 등이 많이 들어있는데, 콩팥 기능이 손상되면 이러한 성분을 체외로 배설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칼륨은 혈액 내 농도가 정상 이상으로 높아지게 되면 부정맥이나 심장근육 이상 등의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콩팥기능 손상이 심한 당뇨병 환자는 현미나 잡곡보다는 백미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또한 채소에는 대체로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편이므로, 채소 중에서 칼륨이 높은 식품은 자주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칼륨은 수용성이어서 조리할 때 적절히 처리하면 식품에 함유된 칼륨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즉 ▶물에 닿는 면적이 커질 수 있도록 잘게 썰어 물에 담가 놓았다가 헹궈서 이용한다든지 ▶줄기·껍질 부분에 칼륨이 많으므로 이 부분을 제거하고 조리하고 ▶많은 양의 물에 넣고 데쳐낸 후 물에 충분히 헹궈 조리하는 방법이 있다.

콩팥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돼 투석을 하게 되면 투석 전과는 식사조절 내용에 일부 차이가 있다. 필요한 만큼의 칼로리를 섭취하고, 칼륨·인·염분 등의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의 양은 많아진다. 특히 투석을 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단백질을 적당히 보충해줘야 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매끼 생선 1~2토막(작은 크기)에 해당하는 양의 고기나 두부 등 단백질 급원식품을 먹도록 한다. 투석 환자가 칼로리나 단백질을 부족하게 섭취하면 전체적인 영양 상태가 나빠지게 되는데, 영양 상태가 나쁜 사람들이 사망률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당장 혈당 조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칼로리나 단백질 섭취를 피하기보다는 한 번에 먹는 양이나 횟수 등을 적절히 하면서 혈당은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해 나가는 것이 낫다.

단백질과 칼륨·인 등의 무기질 성분을 제한하는 식사를 하다 보면 결국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에 제약을 받게 돼 필요한 양의 비타민을 제대로 섭취하기 힘들다. 특히 혈액 투석을 하는 경우 투석을 하는 과정에서 수용성 비타민도 많이 손실되므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적절한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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