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해적식'횡포…서해 꽃게어장 뺏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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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어선들의 횡포로 한국어선들이 동중국해와 양쯔 (揚子) 강 하구 부근 해역 등 서해 공해상의 꽃게 '황금어장' 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곳은 무협정 수역으로 한국어선의 자유로운 조업이 보장된 해역이다.

근해통발선주협회와 통영근해통발수협에 따르면 한.중 어업협정 실무협상을 앞두고 중국어선들이 이 어장에서 한국어선들의 어구를 훼손하고 어획물을 빼앗거나 중국 공안당국 감시선이 합법적으로 정상 조업중인 한국선박을 나포하고 있다.

이는 많은 어획고를 올려 어업협정에서 보다 많은 어획량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측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오는 6월까지 꽃게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한국어선들은 거의 조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선은 그동안 동중국해와 양쯔강 하구 해역에서 연간 3만2천여t (시가 8백억원) 의 꽃게를 잡아왔다.

중국어선들은 3백여척씩 선단을 이뤄 조업하면서 아예 한국어선의 꽃게어장 접근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어선들은 조업을 포기하고 어획량이 적은 충남 태안반도 앞바다로 물러나 조업하거나 출어를 포기한 상태다.

지난 14일 부산선적 208동성호 (67t) 의 경우 양쯔강 하구 부근 해역에서 꽃게잡이를 위해 설치해 놓은 통발 3백여개를 중국어선에 훼손당한 뒤 조업해역을 태안반도쪽으로 옮겼다.

경남 통영근해통발수협의 경우 꽃게 통발 1백60여척 가운데 1백여척은 아예 출어를 포기한 채 통영시 동호항 등에 정박 중이며, 나머지 50~60여척만 태안반도 해역에서 꽃게를 잡고 있다.

통영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조업지역을 태안반도쪽으로 옮긴 뒤 척당 한달 평균 어획고가 종전 6천여만원에서 1천만원 선으로 뚝 떨어져 출어비용과 인건비 등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고 전했다.

부산시서구남부민동 B수산의 경우 지난달 17일 6천여만원을 들여 태안반도 인근 해상에서 꽃게잡이에 나섰으나 한달 어획량이 꽃게 4백마리 (1천3백만원 어치)에 불과했다.

중국 공안당국의 감시도 엄격해졌다.

지난달 24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조업하던 318창운호 (69t) 와 956종성호 (69t)가 중국 공안당국 감시선에 영해침범 혐의로 나포돼 각각 3천3백만원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어선들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한국어업지도선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어민들에 따르면 20척의 어업지도선이 한.일 어업협정 체결후 한.일 배타적경제수역 (EEZ)에 집중 배치되면서 서해쪽에서는 2척만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어업지도선의 척당 담당구역이 너무 넓어 중국어선에 대한 감시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말했다.

근해통발선주협회 金석주 회장은 "정부가 문제의 어장에 어업지도선을 상시 배치, 한국어선들이 마음놓고 조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며 정부측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부산 =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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