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병역회피가 인터넷 사업이 됐다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6면

신종 수법을 동원한 대규모 병역비리가 적발됐다. 한 브로커가 병역회피 희망자를 인터넷으로 공공연하게 모집해 가짜 환자로 만들고 이를 근거로 병역면제 또는 공익근무로 판정받게 한 혐의다. 또 유령학원 등록증을 발급해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 왔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3년 동안 이 브로커를 ‘활용한’ 병역회피자들이 무려 1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도망가거나 속임수를 쓴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처벌이 기다리는데도 온갖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세태가 개탄스럽다.

병역으로 인해 젊은 시절 1~2년의 아까운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근시안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안위를 지킨다’는 일은 거창해 보이지만 풀어서 생각하면 자기 자신과 가족, 친지와 이웃, 바로 ‘우리’를 지키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지구에 남은 마지막 분단국가다. 더욱이 핵과 화학무기·생물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120여만 병력의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북한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내가 아니면, 또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리를 지키겠는가. 이런 의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회피할 방법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당국도 문제다. 아무리 신종 수법이라지만 3년 가까이 공공연하게 병역회피 행위가 사업처럼 벌어지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허술한 병무행정으로 ‘손쉽게’ 병역을 회피하도록 방치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끝까지 추적해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다시는 이번과 같이 공공연한 병역회피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