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레저] 코발트 빛 바다에 중독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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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치가 기막히게 좋은 곳에는 보석 이름을 딴 별칭이 붙는다. 말레이시아 페낭이 그렇다. '동양의 진주'니 '인도양의 에메랄드'니 하는 별칭을 얻었으니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보증을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 거제도만한 크기의 이 섬엔 언제 가더라도 따뜻한 기후와 코발트색 푸른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1700년대 후반 영국의 극동 무역거점 역할을 했던 까닭에 동서양의 모습을 함께 보이는 이국적인 땅이다. 이슬람권이지만 화교가 60%가량 차지해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페낭 여행의 키워드는 '느긋함'과 '안락함'이다.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려는 이들로 항상 붐빈다. 열대 나무와 온갖 꽃으로 둘러싸인 이국적이고 호젓한 공간에서 즐기는 골프 또한 기억에 남는 곳. 우리에겐 신혼여행과 가족관광지로 알려졌다. 느긋한 여행은 섬 북동쪽 바투페링기 해변에 줄지어 늘어선 고급 리조트들이 있어 가능하다. 라사사양과 골든샌즈를 비롯한 리조트들은 모두 전용 해변과 야외수영장, 어린이들을 위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고운 흰모래가 깔린 해안을 산책하거나 상큼한 야자수 길에 앉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시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 좀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싶다면 바로 앞 바다에 풍덩 뛰어들면 그만. 패러세일링.제트스키 등 해양레포츠를 즐기거나 해변을 따라 말을 달리는 재미도 색다르다.

페낭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30분 거리인 파야섬은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빵조각이라도 던지면 색색의 열대어들이 모여드는데 '물반 고기반'이란 말이 과언이 아니다. 다이버들을 흥분시키는 비장의 무기가 또 있다.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수백m 옆에서 상어들이 돌아다닌다는 것. 비록 노니는 구역은 따로 있다지만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래서 형형색색의 바다의 아름다움은 더 찬란하다.

페낭의 느긋함만으로 뭔가 부족하다면 두어시간 떨어진 랑카위를 연계하는 여행을 권할 만하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99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 이곳은 말레이계가 90%를 차지해 가장 말레이시아적이다. 전 세계 요트광들에게서 인정받았을 만큼 해변의 정취와 바다의 모습이 아름답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랑카위 탄중루 리조트는 얕지만 맑은 물로 유명하다. 랑카위는 또 섬 전체가 면세지역이기도 하다.

페낭.랑카위=권인섭 기자

*** 여행정보

어린아이가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었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이슬람권에선 머리를 쓰다듬으면 영혼을 앗아간다고 믿기 때문. 현지에서 '비데' 용도로 쓰인다는 왼손의 사용에도 유의할 것. 화폐 단위는 링기트(RM)이며, 1RM은 320원 정도다. 지난 달 28일부터 대한항공에서 인천 ~ 페낭 간 직항노선을 주 3회 개설해 콸라룸푸르를 경유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고 비행 시간도 5시간 정도로 줄었다. 말레이시아 전문 여행업체인 유레카 등과 제휴, 3박5일 일정의 페낭.랑카위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문의 대한항공(1588-2001), 유레카 투어 서울사무소(02-777-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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