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밀로셰비치 대통령 '족벌천하' -佛잡지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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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그리고 그 부패는 안방에서부터 시작되게 마련이다.

50여일에 걸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굴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유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방 언론들은 유고 권력의 정점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포진해 있다고 지적한다.

초토화된 국토와 도탄에 빠진 국민들 - .밀로셰비치가 이를 외면한 채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것도 그 일가가 쌓은 권력의 성 (城) 이 무너질까 두려워해서란 분석도 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푸엥은 최신호에서 밀로셰비치 일가의 부 (富) 와 권력독점 실태를 전했다.

밀로셰비치의 부인 미라 마르코비치 (57)가 유고의 막후 실력자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레이디 맥베스'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녀는 막후에서 정치공작을 잘 벌여 '응접실 공산주의자' 로 불리기도 한다.

유고의 전직 언론인 두산 미테비치는 "마르코비치가 남편의 집권에 결정적 공헌을 한 이후 중대한 정치적 사안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밀로셰비치와 마르코비치는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마르코 (25) 는 청소년 시절 최고권력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등에 업고 방탕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급 자동차에 탐닉했으며 광적으로 스피드를 즐겼다.

사고로 수차례 부상하기도 했다.

그는 국경지대에 '트레프' 라는 면세점 체인을 차려 부를 축적했다.

주류와 담배, 최고급 사치품을 독점 수입.판매하는 '땅집고 헤엄치기' 사업이었다.

베오그라드 근교 포자레바츠에 '마돈나' 라는 별장식 대형 디스코텍도 차렸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 레저타운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포자레바츠에 견고한 지하벙커를 갖춘 새 저택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는 군복무 경험이 없음에도 최근 군복을 입고 TV에 나타나 나토를 '제국주의적 파시스트' 라고 맹비난했다.

이를 두고 유고 정가에서는 밀로셰비치가 후계자 구도를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장녀 마리야 (34) 역시 자유로운 생활로 스캔들을 뿌려왔다.

한동안 유고 대중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그녀는 언론에 뛰어들었다.

곧이어 밀로셰비치가 이끄는 세르비아 사회당을 대변하는 라디오코소바 방송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밀로셰비치의 정치선전에 앞장섰음은 물론이다.

이어 아버지의 후광으로 민영 TV방송국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나토 폭격으로 방송국이 파괴되기도 했다.

직계 가족뿐만 아니다.

밀로셰비치의 친형 보리슬라브 (60) 도 권력의 핵심에 전진배치돼 있다.

현재 모스크바 주재 대사인 그는 유고의 실질적인 외무장관이다.

알제리.일본 대사 시절부터 밀로셰비치 외교의 최전선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모스크바에 부임한 뒤 러시아의 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장관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특사를 유고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외교가에서 '형님 (Mr.Brother)' 으로 불리고 있지만 동생처럼 독불장군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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