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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墓亂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경찰, 양순자씨 구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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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충남 아산경찰서는 16일 충무공.퇴계.율곡의 묘소와 신라.조선 왕릉에 식칼과 쇠말뚝을 꽂은 혐의 (문화재관리법 위반) 로 양순자 (楊順子.48)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음독 이후 상태가 호전된 楊씨에 대한 조사와 주변 인물.금융거래내역 추적을 통해 배후세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속.풍수지리 전문가들은 "전국에 산재한 50여개 묘소의 훼손이 이들 모자의 단순한 개인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 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석연찮은 범행동기 = 지난 10일부터 경찰 조사를 받은 楊씨는 "20대에 신내림을 받았으며 밤마다 알 수 없는 신령들이 나타나 목을 조르고 괴롭혔다.

기도 끝에 왕과 장군들의 신령임을 알게 돼 이 혼령들의 정기를 끊으려 했다" 고 진술했다.

그러나 아들 文모 (27.구속) 씨는 "어머니가 '가족들이 잘 되기 위한 일' 이라고 설명했다" 고 진술했다.

조사결과 楊씨는 일기예보를 통해 달이 보이는 맑은 날만 골라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풍수전문가들은 "음기 (陰氣)가 왕성한 때를 골라 땅의 정기를 받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 설명했다.

◇ 楊씨의 종교 = 楊씨는 "내림굿을 받기는 했으나 사찰에서 불경을 공부한 불교신자" 라고 밝히고 있다.

楊씨는 경찰관에게 " '나무묘법연화경' 을 늘 곁에 두고 읽었다" 며 압수된 이 경전을 구해달라고 요구했다.

조계종포교원 관계자는 "일반 불자들은 이 경전을 '법화경' 이라고 부른다.

楊씨가 일본에서 유래된 특정 종파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 배후 = 楊씨가 훼손한 묘소중 단독묘는 식칼.쇠말뚝을 한개씩만, 합장묘는 반드시 두개씩 꽂았다.

풍수지리전문가들은 덕수 이 (李) 씨 묘소 주변 산의 주요 혈 (穴)에도 식칼 등이 꽂혀 있는 사실로 미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율곡 묘소 일대에서는 칼 51개, 쇠말뚝 45개가 나왔고 아들 文씨는 "이곳에 한차례 다녀왔다" 고 진술했다.

쇠말뚝 한개의 무게는 3㎏ 가량. 1백30㎏이 넘는 쇠말뚝을 楊씨 모자가 배낭에 나눠 지고 갔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 자살기도 = 풍수지리.무속전문가들은 "종교적 신념과도 같은 확신에 따라 행동하는 무속인이 자살을 기도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배후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 의문을 제기했다.

楊씨는 경찰에 붙잡히자 20여분 동안 "나 혼자 한 일" 이라고 주장하다 자살을 기도했다.

아산 = 이상언.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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