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입학사정관제 첫발 잘 디뎌야 정착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수시 원서접수가 대부분 마감됨에 따라 2010학년도 대학입시가 본 궤도에 올랐다. 이번 입시는 처음 본격 실시되는 입학사정관제 정착의 시험대나 마찬가지다. 47개 대학에서 2만여 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이번 입시에서 어떠한 차질이나 잡음도 생기지 않아야 제도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우려의 시선이 적잖다. 제도의 핵심인 입학사정관 확보 문제부터 수험생·학부모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어제 내놓은 47개 대학 입학사정관 344명의 분석 자료만 해도 그렇다. 입학사정관 중 절반 가까이가 4월 이후, 네 명 중 한 명은 수시전형이 코앞에 닥친 8월 이후에야 채용됐다. 이들 중 45%가 회사원·종교인·작가 등 입학 사정 업무와 연관성을 찾기 힘든 직업의 종사자라고 한다. 그나마 정규직은 21%에 불과하고 신분이 불안한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이래서는 부실 심사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 대학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서둘러 입학사정관제를 확대·도입한 결과지만, 그걸 탓하기엔 때가 늦었다.

대학들은 지금이라도 입학사정관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형방식을 제대로 마련했는지 재차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리 입학 사정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실제 전형에서 추호의 허술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학별 전형방식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첫해부터 수험생·학부모의 불신을 사는 일이 벌어져선 입학사정관제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사실을 대학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향후 제도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정규직 입학사정관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사정관에게 사명감과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정관들의 잦은 이직은 사교육 시장을 살찌우는 ‘입학사정관제 컨설턴트’만 양산할 뿐이다. 입학사정관제 확대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성적만으로 줄 세우는 폐단을 줄이고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보고 신입생을 뽑는다는 취지는 백 번 옳다. 그러나 대학의 역량에 맞춰 적절한 규모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정도(正道)를 지켜야 취지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