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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고향집 안 내려가' 싱글대디의 명절증후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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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남 천안에 사는 최명균(43·가명)씨는 아이 둘을 혼자 키우고 있는 '싱글대디'다. 올해 초 최씨의 아내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10살과 6살의 남매를 두고 떠났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최씨는 요즘 수입이 좋지 않아 방학 때 아이들을 시골 할머니 댁에 보내놓고 저녁에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이번 추석은 아내 없이 보내는 첫 명절이다. 올해엔 본가에 내려가지 않고 아이들과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최씨는 "남자 혼자서 아이들 키우는 게 너무 어렵다.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특히 커가는 딸아이에게 곧 사춘기가 올 텐데 걱정된다"며 "아직은 부모님과 친척들이 모이는 곳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 회사원 김범준(37·가명)씨도 아내 없이 혼자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을 키우고 있다. 2남1녀 중 막내인 김씨는 늘 집안의 가장 노릇을 했고 결혼 후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면서 아내와의 갈등이 커져 최근 이혼했다.

김씨는 “이번 추석에 친척들을 어떻게 봐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며 “또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으로서 퇴근 후 아이의 밥을 챙겨주고 학습을 지도하기가 버거워 고민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별, 이혼 등의 이유로 아버지 혼자 자녀를 키우는 '싱글대디'가 최근 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따르면 싱글대디 가정은 지난 2005년 29만가구로 2000년에 비해 23% 증가했고 2010년에는 33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싱글대디들은 직장생활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가사일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자녀 학습지도도 서툴러 모자 가정보다 자녀 양육에 더 어려움을 느낀다. 명절을 앞두고 주부들 못지않게 '싱글대디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다. 고향집에 내려가 부모와 친척들을 볼 면목이 없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는 최근 명절을 앞두고 혼자 속앓이를 하는 싱글대디의 고민 상담이 답지하고 있다. 성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김순숙 상담팀장은 "아빠가 일을 나가 어린 자녀 혼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 너무 안쓰럽다"며 "최근엔 실업 위기에 놓인 싱글대디들이 많아 이들의 명절증후군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싱글대디들이 자녀들을 생각해서라도 스스로 바깥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부모 가족을 지원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 27개 구 센터를 비롯해 경기·강원·충청 등 전국 3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한부모 가정에 교육, 상담, 문화 통합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자녀들에게는 대학생들이 학습을 지도해주는 학습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혼전 후 집단상담과 부부집단상담도 진행해 이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돕고 있다.

고선주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싱글대디들은 본인만 적극적으로 나서면 본인의 정서적 상담 및 자녀 학습도우미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며 “지난해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한 부모 가족 통합서비스 이용자가 1만5000여명을 넘어서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한부모 가정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건강가정지원센터 한부모 가정 지원 내용


구분


내용


상담 프로그램


개인, 가족 및 자녀상담


어려움을 공유하고 위로와 격려를 통해 이웃과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프로그램


한부모 통합서비스
프로그램


부모프로그램
자녀용 프로그램
가족 문화 프로그램


자녀돌봄


가족품앗이


가족봉사단, 자조모임을 통한 돌봄 지원


아이돌보미


전문 돌보미를 통한 소득수준별 아동양육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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