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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준비하자/포럼] 차별없는 사회로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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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가 한백연구재단 (소장 공성진) 과 함께 마련한 연중기획 '밀레니엄 대토론회' 세번째 주제는 '차별없는 사회로 가는 길' 이었다.

냉전이 해체되고 난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인종차별.지역차별.성차별 등 새 세기에 현안이 될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토론회 참석자>

조한혜정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이원복 : 덕성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김승보 : 경실련 정책실장

정성호 :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

박래군 :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차미경 : 참여연대 국제인권연대 사무국장

◇ 이원복 = 우리의 지역갈등은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남북 갈등은 우리나라의 영호남 갈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북지역간 상호 반목이 심하다.

그러나 지역차이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이 없기에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서구의 분리주의 (아파르트헤이트) 추세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역차별 문제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극복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지역문제가 정치인에게 교묘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 차미경 = 李교수는 차별문제를 일국적 문제로 다뤄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는데 소홀한 것 같다.

이 문제는 다양성과 보편성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차이를 인정해 나가려 하는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최근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가 차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빌미로 그대로 차별을 강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 박래군 =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압축성장의 결과인지 모든 종류의 차별목록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수의 횡포를 들 수 있다.

이원복 교수가 지적한 외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추세가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갖고 온다는 측면도 있다.

이는 기회균등이나 차별완화보다 이를 악화시키는 경향도 있다는 말이다.

◇ 정성호 = 조한교수의 지적대로 미래사회에서 인간답게 살려면 얼마나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냐가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李교수 설명은 지역감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서구에서는 지역차별이 감정적인 것이지 인사.행정적인 것에 미치지 않고 있고 지방자치가 활성화돼 문제가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인사 등 사회조직에 파급효과가 크다.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인 임팩트가 크다는 점이 숙제거리다.

◇ 김승보 = 차별과 관련된 진입장벽 문제가 심각하다.

세계 전체에 치열한 경쟁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독점적 경제권력 (재벌) 과 재벌체제는 끊임없는 확장욕을 보이고 있다.

또 각 계층은 이해관계 때문에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약자가 이에 진입을 못하자 절망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가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해 절망이 깊어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역차별은 참여민주주의와 지방자치로 풀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의 보완과 사회 낙오자에 대해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낙오자에게는 한번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무관심하다.

지배블록이 철저히 이권카르텔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 조한혜정 = 李교수 지적대로 지역문제는 서양의 것과 다르다.

유럽은 심각하다고 해도 문제를 직시해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고 우리는 문제의 소지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유럽의 문제는 그 시스템 안에서 해결될 소지가 많다.

그 차이를 분명히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한국에서 차이와 차별문제에 있어 장애인이나 여성차별 문제를 따로 이야기하는 식으로 풀기는 힘들다.

시민세력과 연대해 생활권 중심의 공동체적 권력이 만들어지는 쪽으로 가야 한다.

다시 말해 권력지향성.획일성을 깨는, 즉 이질성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자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위기관리 능력이 없는 것은 우리의 내부에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생긴 것이다.

소수 약자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느냐가 그 사회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리 =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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