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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CEO 열전- 윤석주 하이츠학원 본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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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입시 수학에서 벗어나 흥미를 갖고 자신감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하이츠학원 윤석주(43) 본원장은 대기업의 직원양성 시스템을 하이츠학원에 전격 도입, 강사의 경쟁력에 가장 큰 힘을 쏟았다. 특목고 입시에서 수학이 제외됐음에도 하이츠학원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하이츠학원은 일산 본원을 비롯해 전국에 14개의 학원과 240명의 강사를 보유한 기업형 학원이다.


“강사는 아이들의 미래’
수학교육과를 다닌 윤 원장은 용돈을 벌기 위해 수학학원에서 강사를 시작했다. 학원 강사 첫날, 소규모 학원의 중 3 수업이라 처음엔 만만하게 생각했단다.

“그때만해도 교만했어요. ‘내가 중3 아이들 하나 못 가르치겠어?’하면서 교재를 적당히 들여다보고 수업에 들어갔죠.” 그런데 수업 중간에 한 학생이 학교 숙제였던 문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를 보는 순간 당황했어요. 제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죠. 칠판을 보고 있는데 식은땀이 흐르는게 느껴졌어요.” 그 순간이 학원 인생에서 가장 창피하고 힘들었던 때였다.

그는 밤새도록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일주일 내내 수업내용과 문제를 모조리 외워서 해당 수업을 하곤 했다. “학생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만 했죠. 제 인생에 가장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그가 강사교육에 열정을 쏟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강사들에게 교재 연구만큼은 철저히 하라고 주문한다. 강사가 공부하는 것은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몸 값을 올리는 중요한 자산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몇 년 전 회식을 마치고 새벽에 학원을 지나는데 불이 켜져 있더군요. 올라가보니 후배 강사가 칠판에 판서를 가득해 놓고 다음날 수업을 연습하더라구요. 내용을 썼다 지웠다,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하고. 그 후 배가 지금 유명 강사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음악은 열정의 원동력”
수학학원장으로서 그의 이력은 남다르다. 그는 청주 신흥고 재학 당시 서울대를 꿈 꿀만큼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어느날, 자신의 음악적 잠재력을 발견하게 됐다. “우연히 중학교때 친구를 만났어요. 고등학교에서 밴드부를 한다는 말에 놀러갔다가 공연을 보고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을 받았죠.” 그는 곧바로 밴드부를 만들기로 결심, 1반부터 13반 까지 일일이 돌아다니며 밴드부 멤버를 찾아나섰다.

“그 때만해도 학교에서 밴드부를 인정해주지 않아서 몰래 결성했어요. 각자 용돈을 모아 악기를 대여하고 밤낮 없이 연습에 몰두했죠.” 이 밴드부는 수학여행 캠프파이어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이후 학교에서 공식 허가도 받았다. 그러나 음악에 빠져있는 동안 공부에 소홀해 원하는 대학엔 진학할 수 없었다. 그는 수학교육과가 재수에 도움이 될거란 생각에 홍대 수학교육과에 원서를 넣었다.

그러나 음악을 포기할 수 없던 그는 ‘블랙테트라’란 밴드부에 들어가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2학년땐 대학가요제 본선까지 진출했다. “비록 목표하는 대학은 못갔지만 인생에 후회는 없습니다. 하고 싶은걸해봤고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요. 열정을 가진 사람과 열정이 없는 사람의 차이는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창의사고력이다’
그는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줘서 큰 힘이 됐다”는 여학생의 한 마디에 감동 받아서 수학 강사를 천직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끼면서, 하루하루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면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막상 시험볼 땐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가 경직돼 있어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죠.” 그는 강사 시절 서점에서 수학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구입해, 해당 단원페이지와 관련된 내용을 포스트잇으로 붙여놓고 가르쳤다. 모든 학문은 서로 연계돼 있어 하나를 알면 자연스레열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이자 과학자이고 수학자였죠. 수학은 지혜를 가르치는 학문입니다.”

그는 대형 학원의 원장이지만, 아직도 한달에 2~3번은 직접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서 학생에 대해 상담한다. 학원도 학교처럼 오랜시간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그는 또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먼 훗날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그 때 하이츠에서 배웠던 수학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어요’라고 말하는게 저의 소원이예요.”

<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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