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하려면] 마구 드시면 종양이 웃고, 많이 웃으면 종양이 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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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김종원 진단검사의학과장이 암 발생이 높은 유전자가 있음을 나타내는 도표를 가리키며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올해 45세인 김영실(성남시 분당구·가명)씨. 5년 전 두 살 위인 언니가 유방암 판정을 받자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둘러 유전암 클리닉을 찾았다. 다행히 암에 걸리진 않았지만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 BRCA1 유전자에 이상이 발견됐다. 이후 그녀는 체중을 줄이는 식생활 개선과 함께 정기적으로 유방외과를 찾아 검사를 받는 등 암 발생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종양유전자와 종양억제유전자와의 싸움

암을 일으키는 데는 크게 두 그룹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하나는 암 발생을 촉발하는 ‘종양유전자’와 다른 하나는 이를 제어하는 ‘종양억제유전자’다. 원자력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석일 박사는 “종양유전자가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액셀러레이터라면, 억제유전자는 변이된 세포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브레이크”라고 말한다.

만일 집안에 암이 걸린 사람이 있다면 질병 가계도를 그려보자. ▶50대 이전, 특히 젊어서 암이 발병했다 ▶가계에서 같은 암이 여러 명에서 나타났다 ▶한 사람에게서 암이 여러 부위에 발생했다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유전성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예비 암환자는 유전암 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도록 한다. 국내에는 국립암센터·삼성서울병원·원자력병원·서울대병원 등에 유전암 클리닉이 설치돼 있고, 클리닉이 없는 대학병원급에선 진단검사의학과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전자검사실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일반 유전질환을 포함해 1600여 개의 유전자를 검사하며, 이 중 150여 개가 주로 활용된다. 검사 결과를 얻는 데는 한 달 정도 걸리며, 비용은 대장암·유방암의 경우 60만원 정도가 든다.

유전적 요인+생활습관으로 암 발생

암 발생은 환경인자와 결합할 때 촉발된다. 암억제유전자가 기능을 잃은 상태라면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고위험 요인을 피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으로 바꿔 세포의 돌연변이를 처음부터 줄이는 방식으로 암 발생을 차단해야 한다.

전체 암 사망의 30%는 식생활이 주 원인이다. 그중 하나가 비만과 관련된 식사다.

원자력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진경 박사는 “동물성 포화지방과 관련된 암으로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을 꼽을 수 있다”며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면서 짜거나 탄 음식, 방부제·착색료 등이 포함된 식품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담배 역시 대표적인 암 유발 물질이다. 전체 암 발생 요인의 30%가 흡연에 기인한다. 암억제유전자가 취약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발암 가능성을 높이고, 발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 역시 암을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암을 일으키는 간염 바이러스와 자궁경부암의 병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 그리고 위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균이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외과 안혜성 교수는 “젊었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이른 나이의 암 발생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암의 경우 ▶식생활 습관의 개선 ▶만성위축성 위염 등 전단계 질환 조기 치료 ▶헬리코박터균 퇴치 ▶유전자 검사 등으로 위험요인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다고 증상 방치하면 큰일

1개의 암세포가 직경 1㎝, 무게 1g의 암이 되려면 30회는 분열해야 한다. 하지만 암 덩어리가 1g에서 1㎏이 되기까지 불과 10회 정도 분열하면 된다.

서울대병원 내과 김태유 교수는 “발암인자를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1차 암 예방의 개념이라면 2차 예방은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부분 젊다는 이유로 증상을 방치하는 것. 증상이 있을 때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엔 의료기술이 발달해 진행암인 경우에도 생존율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유전성 암 소인이 있는 사람, 흡연자, 환경오염에 많이 노출된 사람 등 고위험군은 의학적인 정기검진 나이인 40세 이전에 정기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평소 면역력을 키우는 긍정적인 마음, 스트레스 관리, 건강한 식생활과 정기적인 운동을 즐기는 것은 엄청난 암 예방 지원군이다.

고종관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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