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목진석-김승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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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바둑은 타협의 예술' 거부한 단명局

총 보 (1~101) =바둑은 타협의 예술이다. 어차피 완벽한 수읽기는 존재할 수 없기에 두 대국자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끝없이 협상을 해나가게 마련이다.

이 판같은 단명국은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타협을 거부하고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바둑은 몇수 안가 금방 끝날 수밖에 없다.

국후 睦4단은 28로는 좌상을 지키는 게 온건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뛰어든 건 나쁘지 않다. 다만 방향이 틀렸다" 고 말했다.

사실 28은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지 말라는 초보적인 기리를 어기고 있다.

주변이 흑 천지인데 또다시 미생마를 만드는 너무도 극단적인 강수였다.

이로 인해 백은 52까지 죽어라 탈출했으나 공배를 연결했을 뿐이어서 바둑이 급속히 엷어지고 말았고 결국은 대마가 잡히는 참변으로 연결됐다.

睦4단이 말하는 '방향' 이란 '참고도1' 백1의 곳. 이 수에 흑A는 백B로 좋고 흑2는 3으로 끼워서 좋다. 하변쪽에 백의 응원군이 많아 어떻게 싸우든 좋다는 것이다.

睦4단은 이어 32를 제2의 패착으로 단정했다. 어차피 도주가 목적이라면 '참고도2' 의 노골적인 수법이 훨씬 빠르고 시원했다는 것이다.

金6단은 가볍게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평소 지구력이 좋기로 소문난 睦4단으로서는 이례적인 참패였다 (83=57, 86=58).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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