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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돈…돈…돈… 株…株…株…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21일 오후 1시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옥상. 현대증권이 주부들을 위해 마련한 1백평 규모의 주식투자 설명회장은 5백여명의 여성 투자자들로 빼곡하다.

"여러분. 어려운 시절 나라를 구한 층이 누굽니까. 여성입니다. 바이코리아에 투자해 벼랑끝에 몰린 기업을 구합시다. 실업을 해결합시다. " 강사로 나온 이익치 회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목소리를 높이자 박수가 터진다.

서초동에 사는 김숙희 (35) 주부는 "반상회에서 10명의 회원들이 1천만원씩 내 주식투자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투자유망종목을 알아보려고 설명회에 나왔다" 고 말했다.

점심시간 LG증권 미아지점. 식사시간을 이용해 시세를 보러 나온 투자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미아시장이 가까운 이 지점엔 시장상인.장바구니 주부.직장인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객장 투자상담 직원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30, 40명이 고작이었던 손님들이 요즘 2백명 이상으로 늘었다" 며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직원수는 오히려 줄어 점심을 제대로 찾아 먹기가 힘들다" 고 털어놓았다.

증권사 객장이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주식시장이 대세상승 국면으로 진입하는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개미군단' 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대목을 겨냥한 증권사들이 앞다퉈 투자설명회를 여는 바람에 투자분석부 직원들은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시간을 쪼개 산다고 현대증권 김지민 선물.금융공학팀 부장은 말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들어서만 전국에서 30여회의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지난해 전체 횟수 (20회) 보다도 많다.

이 회사는 바쁜 평일엔 투자자들의 질문에 충실히 답해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장이 없는 토요일을 '상담의 날' 로 정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대신증권 여의도지점의 경우 이달 들어 '넥타이 부대 (직장인 투자자)' 가 늘어나자 점심시간에 맞춰 장중 시황설명회를 하고 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의 이항영 대리는 "과거에는 유망종목을 찍어달라는 투자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해외 경제동향, 금리동향, 인터넷 주식시장 등 전문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상담사들 사이에 공부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고 말했다.

증권사 지점이 적은 지방 소도시의 객장 열기는 더욱 뜨겁다. 대우증권 해운대지점의 신윤기 대리는 "요즘 들어 자영업을 그만두고 증권투자로 생업을 바꾼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고 전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말 전체의 40%에 달했던 지방 투자자수가 최근 55%선으로 늘자 지방 순회 시황설명회를 대폭 늘리는 등 지방 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주식투자 열풍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지방 소도시에선 일부 무등록 투자자문회사들이 농어민들을 대상으로 1백%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하며 시간당 10만~20만원씩 받고 '족집게 투자설명회' 를 벌이고 있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기업가치는 따져보지도 않고 주식을 사달라는 '묻지마 투자' 도 크게 늘고 있다고 증시 관계자는 말했다.

임봉수.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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