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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항목부터 자료 해석까지 모두 제각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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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 28면

많은 나라가 경쟁력 순위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마치 공식적으로 순위를 매기지 않는데도 올림픽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조사기관마다 순위가 오락가락해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조사기관 따라 오락가락하는 국가경쟁력 순위, 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올 5월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57개 나라 가운데 27위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31위에서 4계단 올라섰다. 그런데 반년도 안 된 올 9월 9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한국 순위는 지난해 13위에서 19위로 6계단 추락했다. 국제적인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국내 조사기관인 산업정책연구원(IPS)이 이달 2일 내놓은 한국 경쟁력 순위는 67개국 가운데 23위였다. 지난해보다 한 계단 밀렸다. 넉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런 차이가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조사 항목이 제각각이다. WEF의 글로벌경쟁력보고서(GCR)는 ‘고용·해고 관행’, ‘정부 정책·계약의 중립성’, ‘정책변화에 대한 이해 정도’ 등의 항목이 있다. 한국이 아주 불리한 항목이다. 고용·해고 관행 순위는 45위에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 정책·계약의 중립성도 22위에서 65위로 하락했다. 하지만 국제경영개발원은 이런 항목을 조사하지 않는다.

비슷한 항목도 순위가 엇갈리기도 한다. WEF가 조사한 한국 정부 효율성은 지난해 15위에서 20위로 떨어졌는데, IMD 조사 결과에서는 37위에서 36위로 되레 올랐다. 두 곳이 보는 효율성의 기준이 다르고 세부 항목이 서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양쪽은 설명했다.

외형상 조사 방법은 큰 차이가 없다. WEF나 IMD 모두 국제기구가 취합해 내놓는 계량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쪽은 모두 엄격한 데이터가 중심이고 설문조사는 보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일한 자료를 해석하는 데도 차이가 난다. WEF의 제니퍼 블랭키 글로벌경쟁력네트워크 대표는 “우리는 경제발전 이론을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어 순위를 매기고 있다”며 “발전단계별로 나라들을 분류해 평가하기 때문에 더 많은 나라를 포괄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많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쟁력 순위 매기기는 스포츠처럼 스릴을 조장해 관심을 끄는 수단”이라며“의미가 제각각인 경쟁력이란 개념을 국가에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력 순위 매기기는 위험한 강박관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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