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 이틀째…곳곳서 운행사고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하철노조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19, 20 양일간 10여건의 운행사고가 잇따라 발생, 지하철 안전운행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전동차 운행에 투입된 대체 인력들의 업무 미숙에다 전동차 검수가 1주일째 실시되지 않고 있어 자칫 대형사고가 터질 위험이 높은 것이다.

파업 이틀째 출근길 지하철 이용 시민들은 속출하는 지하철 운전사고와 지연운행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지하철을 피해 승용차 이용자가 늘면서 지상도로의 정체도 극심했다.

시민들은 "불편은 참을 수 있어도 안전사고는 용납할 수 없다" 며 파업이 빨리 끝나도록 시와 공사 및 노조 모두가 협상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 운전사고 = 20일 오후 9시45분쯤 경기도 안산역을 떠나 당고개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4호선 4706호 열차가 경기도 과천역에서 공기압축기 고장으로 30여분 동안 정차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7~10분 간격으로 운행되던 나머지 4개 후속열차도 덩달아 운행을 못해 귀가 중이던 승객 수백여명이 역구내에서 기다리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5시55분쯤 지하철 4호선 사당발 안산행 제4501호 열차가 선바위역에서 기관사의 스위치 조작 미숙으로 27분간 멈춰 승객들이 불안에 떨었다.

오전 6시3분쯤 2호선 성수역에서 홍대발 당산행 제2028호 열차가 전동차 출입문 스위치의 전기접점 불량으로 전동차 1량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승객 1천여명이 모두 내린 뒤 전동차를 갈아타는 불편을 겪었다.

오전 11시55분쯤 2호선 신도림행 231편성 열차가 건대역에서 1량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신도림까지 운행한 뒤 신정기지로 입고됐다.

이에 앞서 19일 오후 9시44분쯤 지하철 3호선 대화행 3418호 전동차의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열차운행이 30분 동안 중단됐다.

이후 전동차는 흰천으로 가린 뒤 운행을 재개, 승객들이 가슴을 졸였다.

대부분의 역에서는 기관사의 운전미숙으로 운행 간격이 평소의 2배인 5~6분으로 늘어나자 기다리던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 대형사고 우려 = 파업이 계속되면서 대형사고의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

14일부터 시작된 차량지부의 작업거부로 전동차의 월별검사.중정비업무가 1주일째 완전 중단됐다.

또 전동차 충돌 등 한번 터지면 대형 인명사고로도 번질 수 있는 신호.통신분야에 대한 유지.보수도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어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 이라며 "하루 이틀 후면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 이라고 말했다.

투입된 대체인력들의 경우 대부분 현장을 떠난 지 3~10년 정도 됐으며 2~3일 전 훈련을 받은 상태. 더구나 파업이 길어질수록 누적된 피로에 따른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동차가 철교 위나 터널 안에서 30분 이상 멈췄을 경우 불안한 시민들이 유리창을 부수고 나오는 등 돌발사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경란.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